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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 북미 혈액제제 계열사 2곳 스페인 그리폴스에 넘긴다(종합)

박일경 기자I 2020.07.20 19:56:02

5520억원 규모 ‘빅딜’…패키지 매각, 창사 이래 처음
선제적 재무건전성 확보…혈액생산 오창공장 ‘일원화’
연내 기업결합 완료…그리폴스 측 인수 적극성 보여
한국 생산기지에 집중…미국시장 공략은 그대로 추진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GC녹십자홀딩스(005250)가 캐나다에 있는 혈액제제 생산공장과 미국 혈액원 사업부문을 세계 최대 혈액제제 회사인 스페인 그리폴스에 매각한다. 주식 양수도 계약 규모는 4억6000만달러(한화 약 5520억원)로 국내 제약업계에서 보기 드문 초대형 거래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GC녹십자 R&D센터’. (사진=GC녹십자)


녹십자홀딩스는 20일 그리폴스에 GC 북미 혈액제제 계열사를 넘기는 사업부문 ‘빅딜’을 단행했다. 녹십자홀딩스의 혈액제제 캐다나 생산법인 GC녹십자바이오테라퓨틱스(GCBT)와 미국 혈액원 사업부문 GCAM(Green Cross America) 지분 100%를 그리폴스로 양도하는 조건이다.

녹십자홀딩스가 복수의 해외 계열사를 한꺼번에 패키지로 매각하기는 창사 이래 처음이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코로나19發 해외사업 불확실성↑…‘내실경영’ 전환

녹십자홀딩스는 지난 2017년 10월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 연간 생산능력 100만ℓ 규모의 혈액제제 생산법인인 GCBT를 설립했다. 한국 기업이 북미 지역에 세운 첫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이다. 투자 규모만 2억5000만캐나다달러(약 2200억원)에 이른다.

설비 투자는 완료했지만, 의약품 제조관리기준(GMP) 인증 등의 절차가 늦어지면서 아직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지 바이오 생산공정 전문인력 부족으로 지난 2018년부터는 상업 가동을 위해 본사에서 인력·기술 지원을 받아왔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하늘 길까지 끊기면서 당초 내년 정도로 계획됐던 생산법인 자립이 기약 없이 지연될 조짐마저 보였다. 제약업계는 이번 매각이 사업 여건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을 고려해 내실을 기하는 선제적 조치라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무리하게 북미지역 사업을 강행하기보단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다.

녹십자홀딩스 관계자 역시 “중·장기 전략과 재무적 관점을 복합적으로 감안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은 기업결합 등 제반 승인 절차를 걸쳐 연내 마무리될 전망이다.

GC녹십자홀딩스가 스페인 그리폴스에 매각한 북미지역 혈액제제 생산법인 ‘GC녹십자바이오테라퓨틱스’(GCBT) 전경. (사진=GC녹십자)


4분기 IVIG 미국 허가 신청…2022년 美매출 본격화 목표

이 같은 빅딜이 성사된 배경에는 그리폴스가 인수에 적극성을 보인 점이 크게 작용했다. 그리폴스가 우리 돈 55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제시하자 GC 측이 과감한 결단을 내리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로 인해 녹십자홀딩스는 그간 이원화돼 있던 북미지역 혈액제제 생산 구조를 GC녹십자(006280)로 일원화한다는 사업재편 방침을 세웠다. 매각하는 북미 자산과 별개로 선행적으로 2배 증설을 완료한 GC녹십자 국내 혈액제제 생산시설인 충북 청주시 오창공장 가동률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오창공장은 연(年) 140만ℓ에 달하는 혈장을 처리할 수 있다. 중국 공장 생산 능력 30만ℓ까지 합치면 한해 170만ℓ 혈액제제를 생산할 수 있다. 그동안 캐나다 현지에 파견했던 인력 또한 국내로 복귀시켜 오창공장에 집중 투입한다.

미국 진출 속도는 더욱 높여 미국 내 사업을 빠르게 가속화할 계획이다. GC녹십자는 올해 4분기께 정맥주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IVIG)에 대한 미국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빠르면 내년 말 허가를 받아 오는 2022년 미국 시장에 출시해 미국 매출을 본격화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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