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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바다 밑 가스가 영하 162도 LNG로…SK이노, 에너지 공급망 심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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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빈 기자I 2026.09.30 15: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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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5㎞ 해저관 타고 온 가스, 액화에 선적까지 '원스톱'
바유운단 가스전 20년 이어 바로사 20년…증설·CCS 검토
중동 리스크 속 '비중동 지분 물량' 확보…자원안보 버팀목
초경질유도 국내 첫 직접 도입…SK인천석유화학 원료 사용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다윈(호주)=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호주 북부에 위치한 도시 다윈의 도심을 벗어나 다윈항쪽으로 약 40분가량 차량을 타고 달리자 은빛 탱크와 촘촘한 배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맹그로브숲 사이 평지 약 70ha(약 21만평) 부지에 들어서 있는 호주 다윈 LNG 터미널 안은 냉각팬과 불순물 제거 설비, 자체 발전 설비가 쉼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각종 기계음으로 소음은 가득했지만 사람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배관마다 고압의 가스가 흐르는 위험시설인 만큼 자동화를 통해 하루 근무 인원을 40명 안팎으로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이 상업화에 성공한 바로사 프로젝트의 핵심은 공급망 일원화다. LNG는 가스 생산부터 액화, 저장, 수송, 재기화까지 어느 한 단계라도 차질이 생기면 전체 공급이 흔들릴 수 있다. 이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은 2012년 바로사 프로젝트에 참여해 14년간의 노력 끝에 초기 탐사 단계부터 개발, 생산, 국내 도입까지 성공했다. 단기 현물 시장에서 필요할 때마다 사오는 물량이 아닌 지분 귀속 물량을 확보해 국제 LNG 시장의 가격과 공급망 변동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다윈LNG터미널 총괄 책임자 댄 헤이우드는 “다윈LNG 플랜트는 2006년부터 성공적으로 가동돼 왔고 오랜 시간 SK와의 파트너십과 투자에 힘입어 글로벌 LNG 공급망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해저 지하 4km 깊이 천연가스가 LNG로 변모

SK이노베이션 E&S의 호주 LNG 밸류체인의 출발점은 바다다. 다윈항 해안에서 약 300㎞ 떨어진 바로사 가스전은 해저면 기준 지하 약 4㎞ 깊이에서 천연가스를 뽑아 올린다. 해상 부유식 생산설비(FPSO)에서 불순물과 수분을 1차로 걸러낸 가스는 385㎞의 해저 파이프라인을 타고 다윈 LNG 터미널로 들어온다.

바다에서 막 올라온 가스관의 지름은 34인치(약 86㎝)에 달했다. 터미널 안 가스관은 모두 지면에서 띄워 설치돼 있었다. 차갑게 식힌 가스가 지열에 다시 데워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터미널에서는 가장 먼저 가스에 포함된 불순물을 제거한다. 수은과 수분, 이산화탄소 등을 걸러내야 이후 초저온 공정을 거칠 때 설비가 손상되지 않는다. 정제된 가스는 프로판→에틸렌→메탄을 냉매로 쓰는 3단계 냉각을 거쳐 영하 162도까지 온도가 내려간다. 이 온도에서 천연가스는 액체가 되고 부피는 약 600분의 1로 줄어든다. 배로 대량 운송할 수 있는 LNG가 되는 순간이다.

완성된 LNG는 다윈 LNG 터미널 내 18만 입방미터 규모의 저장탱크에 담겼다가 접안시설을 통해 운반선으로 옮겨진다. 가스 생산부터 파이프라인 수송, 액화, 저장, 선적까지 LNG 한 카고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이 이곳에서 하나로 이어진다.

다윈LNG플랜트 LNG 저장탱크(오른쪽)와 액화플랜트(왼쪽).(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다윈LNG플랜트 LNG 저장탱크(오른쪽)와 액화플랜트(왼쪽).(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20년 가동했던 다윈LNG터미널, 바로사로 ‘제2의 20년’

다윈LNG 터미널은 2006년부터 가동해 온 설비다. 당초 티모르해 바유운단(Bayu-Undan) 가스전의 가스를 처리했으나 가스전 고갈 이후 대대적인 개보수를 거쳐 바로사 가스를 처리하는 설비로 거듭났다. 지난 20년간 처리해온 바유운단 가스를 처리해 온 이곳은 앞으로 20년간 SK이노베이션 E&S의 호주 LNG 밸류체인의 기반 역할을 맡는다.

바유운단 가스전과 연결돼 있던 배관도 터미널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다윈 LNG 터미널은 향후 이 배관을 활용해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터미널 곳곳에 비어 있는 부지도 눈에 띄었다. 향후 천연가스 처리 설비와 저장탱크를 추가로 지을 수 있도록 미리 확보해 둔 공간이다. 아직 구체적인 증설 계획은 나오지 않았으나 설비를 추가할 경우 기존 시설과 연계해 더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E&S는 호주 LNG 밸류체인을 구축해 매년 연간 LNG 130만톤, 초경질유 110만 배럴을 확보하게 됐다. 가스전의 일반적인 생산기간(20년)을 감안하면 총 LNG 2600만톤, 초경질유 2200만 배럴에 달한다.

(그래픽=SK이노베이션 제공)
(그래픽=SK이노베이션 제공)
◇호주 LNG 밸류체인 완성…안정적인 ‘내 물량’ 확보

바로사 프로젝트 지분은 운영사인 호주 산토스(Santos)가 50%, SK이노베이션 E&S가 37.5%, 일본 JERA가 12.5%를 갖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는 다윈 LNG 터미널 지분도 함께 보유해 가스전부터 액화·선적 설비까지 공급망 전반에 참여하고 있다.

바로사는 입지도 강점으로 꼽힌다. 호주 북부 해상의 바로사 가스전은 비중동권 생산 거점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 태평양 중심의 공급 경로를 활용할 수 있다. 또 한국과 상대적으로 가까워 장거리 운송에 따른 물류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공급망 안정성과 사업 경제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

최근 LNG 시장 상황은 바로사 가스전의 가치를 더 부각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LNG 공급국인 카타르는 현재 미-이란 전쟁으로 인해 예정된 공급 물량을 취소하고 있다.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LNG 물량은 전세계 공급량의 약 20%를 차지한다.

겨울을 앞둔 유럽 상황도 변수다. 러시아산 가스를 주로 수입해 쓰던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세계 LNG 물량의 1억톤 이상을 빨아들이는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현재 유럽은 겨울을 앞두고 약 700만t 이상의 가스를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격으로 환산할 경우 약 70억 유로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이 비싼 값에 현물을 빨아들이면 아시아의 조달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호주는 안정적인 비중동권 공급처로 주목받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리스크와 유럽발 LNG 확보 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 현물 조달만으로는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장기 물량을 확보한 바로사 같은 비중동권 LNG 자산의 전략적 가치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초경질유 생산 역시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SK이노베이션 E&S와 산토스는 지난 8월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한 초경질류 약 30만 배럴을 인천항으로 들여왔다. 국내 민간기업이 해외 자원개발로 확보한 초경질유를 직접 도입한 첫 사례로 SK인천석유화학 정유 설비에서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원료 생산에 쓰일 예정이다.

바로사 가스전 가스 생산 모습. (그래픽=SK이노베이션 제공)
바로사 가스전 가스 생산 모습. (그래픽=SK이노베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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