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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정책에 대한 혼란이 커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2단계로 나눠 부과하는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현지시간)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1단계로 대통령의 긴급 권한을 활용해 일부 수입품에 즉시 관세를 부과하고 2단계에서는 교역 상대국에 대한 공식 조사 후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단계는 자동차 등 특정 품목에 즉각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고, 2단계는 본격적인 ‘상호관세’ 조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즉시 관세를 부과하는 수단으로는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과 △1930년 관세법 338조가 거론된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비상사태를 명분으로 대통령에게 경제 관련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는 법이다.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관세 부과 전에 의회와 협의를 하고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의회의 승인은 필요 없다. 연방기관의 별도 조사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신속한 조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조치가 정책 예측 가능성을 현저히 낮춰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실제로 IEEPA를 통해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한지를 두고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법에는 자산 동결, 금융거래 제한, 수출입 금지 등의 조치는 명시되어 있지만, 관세 부과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당시 멕시코의 불법 이민 문제 해결을 명분으로 IEEPA를 활용해 관세 부과를 시도했지만, 적법성 논란 끝에 실행되지 못했다. 이후 멕시코가 미국과 협력하기로 합의하면서 이 계획은 무산됐고, 법적 판단도 이뤄지지 않았다.
관세법 338조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고려 중인 카드다. 이 조항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에 도입된 해묵은 법으로, 미국이 무역에서 불공정한 대우를 받을 경우 보복 조치로 상대국에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필요한 경우 대통령은 해당 국가의 수입 자체를 차단할 수도 있다. 이 조항 역시 의회의 승인 없이 행정명령으로 집행 가능하지만, 세계무역기구(WTO) 규범 위반 소지가 있어 1990년대 이후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반면 아직 상호관세를 부과할 구체적인 법적 근거는 뚜렷이 나온 게 없다. 상호관세는 교역상대국의 관세·비관세장벽·환율정책·부가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책정될 예정인데, 현재 무역대표부(USTR)가 조사 중이다. USTR은 상호관세율을 추산한 뒤, 이후 관세를 부과할 수단 등을 순차적으로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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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복잡한 조사보다는 자동차 등에 즉각적인 관세 부과와 빠른 협상을 통한 거래를 선호한다. 반면,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관세를 부과하기 전 철저한 조사를 통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어 대표가 좀 더 법적으로 신중하고 절차를 중시하면서 관세를 부과하자는 쪽인 셈이다.
러트닉 장관은 관세와 관련한 ‘순수주의자’(purust)는 아니다. 그는 관세는 “분명히 협상카드(bargaining chip)”라고 수차례 언급해 왔다. 그는 ‘보편적 관세주의자’(universalist)도 아니다. 특정 개별 제품에 기반한 관세를 선호한다. 러트닉 장관은 “우리가 생산하는 것에는 관세를 부과하고, 생산하지 않는 것에는 부과하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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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는 “이 같은 엇갈린 메시지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관세 체계와 집행 방식을 놓고 논쟁이 계속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