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이탈리아 최대 은행은 우니크레디트가 특단의 자구책을 내놨다. 개헌 국민투표 부결로 불거졌던 이탈리아 은행권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울지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탈리아 1위 은행인 우니크레디트가 130억유로 증자 방안과 함께 1만4000명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3위 은행인 파스키 데 시에나(BMPS) 자본 확충 난항 등 이탈리아 금융권에 대한 경고등이 켜지자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우니크레디트의 감원 계획은 오는 2019년까지 이행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약 11억유로의 인건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자본 확충에는 모간스탠리, UBS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니크레디트는 BMPS와 함께 지난 7월 말 유럽은행감독청(EBA)의 은행 스트레스테스트에서 하위권을 기록한 바 있다. 실제로 최근 수익성 악화와 악성 부채 증가 등으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던 만큼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이번 발표에 앞서 계열사인 파이오니어자산운용 매각도 결정한 바 있다. 파이오니어자산운용은 유럽 6위 자산운용사로 프랑스 아문디에서 인수하기로 했다.
우니크레디트는 이번 계획이 마무리되면 2019년에는 자본비율을 12.5%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순이익 규모도 47억유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우니크레디트 자구책에 전문가들은 이달 초 이탈리아 개헌 국민투표 부결로 커졌던 불안감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국민투표 부결로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사퇴하면서 취약했던 이탈리아 은행들의 파산 우려가 불거진 바 있다. 이후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낮췄다.
다만 3위 은행인 BMPS는 자본확충에 난항을 겪고 있어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BMPS는 유럽중앙은행(ECB)에 자본확충 기한 연장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