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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백남기, 경찰 직사살수로 사망"…유족, 강신명 '면죄부' 반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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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기자I 2017.10.17 17:49:30

검찰, 유족 고발 2년 만에 수사결과 발표
당시 서울청장·기동단장·살수요원 등 4명 불구속 기소
살수차 운용지침 위반 및 지휘감독 소홀 책임물어
유족 “최종 책임 강신명 청장 무혐의 이해 안 가”
2년 걸린 늑장수사에 '지연된 정의’ 비판

지난해 9월 고(故)백남기 농민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시민들이 조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윤여진 기자] 검찰이 약 2년간의 수사를 통해 고(故) 백남기 농민의 사망은 당시 민중총궐기 집회 진압을 위한 경찰의 직사살수 때문으로 결론짓고 지휘관들과 현장 살수요원들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그러나 백씨 유족 등 고발인이 문제삼은 내용을 상당 부분 수용하지 않은 데다 강신명(53) 당시 경찰청장에게는 면죄부를 줘 논란의 불씨는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유족과 시민단체는 강 전 청장 무혐의 처분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지연된 정의’라고 비판했다.

살수차 운용지침 위반 및 지휘감독 소홀 인정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진동)는 이번 사건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구은수(59) 전 서울지방경찰청장(현 경찰공제회 이사장)과 신윤균(49) 전 서울경찰청 4기동단장(현 경찰청 성폭력대책과장), 살수차 운전요원이었던 최모·한모 경장 등 총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나흘 뒤 백씨 유족 등이 당시 강신명 경찰청장과 구은수 서울청장 등 7명을 살인미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지 1년 11개월 만에 나온 수사 결과다.

검찰조사 결과 당시 집회현장에서 최 경장과 한 경장은 시위대와 떨어져 혼자 밧줄을 당기고 있던 백씨의 머리에 약 2800rpm(1분당 펌프 회전 수) 고압으로 약 13초간 직사살수를 했다. 이들은 백씨가 쓰러진 이후에도 다시 17초 가량 직사살수를 했다. 백씨는 바닥에 쓰러지면서 충격으로 두개골 골절을 입어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약 10개월 만인 지난해 9월 25일 결국 숨졌다.

검찰은 이들이 CCTV 모니터 등을 통해 현장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려 하지 않은 데다 지면을 향해 살수를 하다 점차 상향해 살수하는 등 가슴 윗부분에 직사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들이 경찰 살수차 운용지침상 ‘가슴 윗부분 겨냥 금지’ 규정을 위반해 업무상 과실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다.

구 전 청장과 신 전 단장에게는 지휘·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을 물었다.

신 전 단장은 현장지휘관으로서 거리·수압 조절과 시야확보 등 상황을 관리해 살수요원들이 적법한 살수를 하도록 할 책임이 있는데도 이를 방침한 과실이 인정됐다. 구 전 청장의 경우 당시 집회관리의 총 책임자로서 휘하의 현장지휘관과 살수요원 등을 지휘감독할 직접적인 주의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봤다. 검찰은 구 전 청장이 집회에서 머리를 겨냥한 직사살수가 이뤄지는 상황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중단 지시 등 별다른 조치 없이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은 집회 현장지휘관과 살수요원 등을 지휘감독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없었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 관계자는 “당일 경찰의 집회경비 관련 대책문건을 보면 최종 책임자가 서울청장이다. 경찰청장은 (문건에) 등장하지 않는다”며 “실제 살수 승인과 허가는 서울경찰청장 권한이며 지시도 그가 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 때 경찰의 백남기 농민 살수장면 CCTV 영상 캡쳐. (사진=서울중앙지검)
2년간 강신명 소환 안 해…유족·시민단체 “처벌해야”

검찰은 서울대병원 측의 변경된 판단과 마찬가지로 백씨의 사인을 직사살수에 의한 ‘외인사’로 판단했다. 직사살수로 인한 두개골 골절과 이후 급성 외상성 경막하 출혈, 급성신부전(합병증), 심폐정지(사망)까지 단계별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위해성 장비인 살수행위와 관련해 운용지침 위반과 그에 대한 지휘감독 소홀로 국민에게 사망이라는 중대한 피해를 가한 국가 공권력 남용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은 그러나 유족 측이 문제삼은 △최루액 성분 ‘파바’(PAVA) 유해성 △혼합살수 법적근거 △경찰의 직사살수 요건절차 미준수 등에 대해 모두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경찰이 수압제한기준(3000rpm)을 초과해 살수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증명할 증거는 없다고 했다.

검찰 수사가 무려 2년 가까이 진행되자 고의적인 늦장수사 의혹까지 제기됐다. 검찰은 이 기간 주요 피의자들과 참고인들을 소환 조사했고 해외 및 국내 유사사례 검토, 진료기록 감정실시, 유족 면담 등을 진행했다.

그러나 강 전 청장에 대해선 지난해 12월 14일 한차례 서면조사만 한 뒤 무혐의 처분을 내려 논란이 일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강 전 청장의 지휘감독 책임을 인정할 자료가 없어 소환조사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했다.

백씨의 장녀 도라지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사결과에 대해 “말이 안 된다”며 “최종 책임은 당연히 경찰청장에게 있는 것인데 최고 수뇌부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게 이해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박석운 백남기투쟁본부 공동대표는 “살인미수 등으로 고발했지만 과실치사로 기소했으니 ‘경찰 지휘부의 현장 책임’이라는 골격을 검찰이 받아들인 것”이라면서도 “강 전 경찰청장 대신 구 전 서울청장을 기소한 것은 정치적으로 타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사망 사건 수사에 2년이나 걸린 것은 비정상적인 것으로 참담하다. ‘촛불 항쟁’이 있은 지 5개월 여가 지났는데 정의가 지연됐다”고 개탄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현장 지휘를 총괄한 구 전 청장과 신 전 단장에게는 마땅히 살인죄를 물어 구속한 뒤 엄벌해야 했다”며 “강 전 청장 역시 혐의를 부인하면서 증거를 인멸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은폐했기 때문에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故) 백남기 유족(고발인) 측의 주장과 이에 대한 검찰 판단. (자료=서울중앙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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