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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이번 범행은 △의약품 도매법인 △중간 유통책 △불법 시술소 운영자로 역할이 나뉘어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검찰에 송치된 17명 가운데 의약품 도매법인 측은 A씨 등 2명으로, 2024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약 9개월간 에토미데이트 3만1600앰플(시가 약 4억원 상당)을 무자격자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선봉 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2계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열린 에토미데이트 불법 유통 적발 브리핑에서 “의약품 도매법인 대표가 정상 유통을 가장해 에토미데이트를 대량으로 빼돌리고, 중간 유통 과정에 조직폭력배까지 개입한 조직적인 범행”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제약사에서 조달한 에토미데이트를 베트남 등지로 수출한 것처럼 허위 신고하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법인 간 거래로 위장한 뒤 실제 물량은 현금을 받고 중간 유통책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앰플과 박스에 부착된 바코드 등 고유 식별 정보를 일일이 제거하는 등 치밀한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간 유통 단계에는 이들로부터 물량을 넘겨받은 관리대상 조직폭력배와 마약사범 출신 인물 등 3명이 개입했다. 이 가운데 일부는 필로폰 수수·투약 혐의도 함께 적발됐다.
◇ 강남 아파트·빌라에 ‘가짜 피부과’ 차려 투약
최종 판매 단계에는 불법 시술소 운영자 등 12명이 가담했다. 이들은 강남 청담동과 삼성동 일대에 피부과 의원과 유사한 외관을 갖춘 이른바 ‘피부클리닉’을 차리거나, 아파트와 빌라를 단기 임대한 비밀 투약소에서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피부클리닉은 의료기관으로 정식 신고·허가된 곳이 아니며 화장품 도·소매업으로만 사업자 신고가 된 장소를 의원처럼 꾸며 불법 투약 영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투약자 모집은 온라인 광고가 아닌 지인 소개와 입소문 방식으로 이뤄졌다. 운영자들은 과거 해당 장소를 찾았던 손님이나 유흥업소, 불법 유상운송 영업 종사자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알리며 투약자를 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 불법 시술소에서 중독자 44명이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사실을 확인했다. 남성 14명은 모두 40대였고, 여성 30명은 20~40대에 분포했으며 30대 비중이 가장 많았다. 삼성동의 한 빌라에서는 중독자가 19시간 동안 머물며 연속 투약을 받은 사례도 적발됐다. 경찰은 해당 중독자가 10㎖ 기준 앰플 약 50여 개를 투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에토미데이트는 초단시간 정맥 투여 방식의 전신마취 유도제로, 주로 심장 기능이 약하거나 혈압이 불안정한 고위험군 환자의 마취에 사용되는 전문의약품이다. 그러나 반복 투약 시 근육 경련이나 떨림, 구토와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수면 상태에서 깨어난 뒤 다시 투약을 요구하는 등 심리적 의존성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도 투약자가 의식을 회복한 직후 “한 번만 더 놔달라”며 반복 투약을 요구하거나 장시간 머물며 연속 투약을 받는 사례가 확인됐다. 경찰은 에토미데이트가 수면·환각 효과를 노린 오남용으로 이어지며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릴 정도로 중독 위험성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사건 당시 에토미데이트는 마약류로 지정되지 않아 투약자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없었다. 경찰은 투약자 44명에 대해 약사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처분을 통보할 예정이다.
경찰은 범죄수익 환수를 위해 현금 4900만원을 압수하고, 자동차와 예금 등 합계 4억2300만원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기소 전 추징보전 결정을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의약품 도매법인 대표의 허위 수출 신고 및 탈세 혐의는 관세청과 관할 세무서에 통보됐다.
에토미데이트는 의료진만 사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임에도 마약류로 분류되지 않아 유통·관리와 처벌 체계가 상대적으로 느슨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업해 제도 개선을 추진했고 에토미데이트는 개정 법령 시행에 따라 오는 13일부터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으로 지정된다. 이에 따라 일반인의 매수·투약·소지 행위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강 계장은 “이번 사건은 마약류 지정 이전의 관리 사각지대를 악용한 대표적 사례”라며 “앞으로도 의료용 마약류와 그 대용 약물에 대한 불법 유통·투약 범죄를 강도 높게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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