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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씨도 뇌물죄 등으로 기소하기로 했지만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의혹은 기소 대신 검찰로 이첩키로 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특검은 이르면 오는 2일 그동안의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특검, 내일 10여명 무더기 기소
특검은 이미 구속 수감된 이 부회장 외에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 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등 4명도 불구속 기소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삼성 뇌물죄 관련) 입건된 피의자 대부분은 기소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내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뇌물공여와 횡령, 재산국외도피 등 5가지 혐의가 적용된 이 부회장의 기소는 예정된 일이었다. 다만 최 부회장과 장 사장 등 나머지 피의자들의 기소 범위를 놓고는 고민을 거듭해 왔다. 수뇌부 일괄 기소에 따른 삼성 경영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부회장과 장 사장 등이 이 부회장 구속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만간 사퇴키로 하면서 특검의 부담이 가벼워졌다. 결국 특검과 삼성 측은 뇌물죄 혐의 입증과 관련해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삼성 등 대기업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최씨도 기소된다. 최씨에게는 뇌물죄 외에도 문화계 블랙리스트(지원 배제 명단) 관련 직권남용, 이화여대 학사 비리 관련 업무방해 등의 혐의가 추가될 전망이다. 이 특검보는 “최씨의 경우 드러난 혐의를 정리해 이번에 일괄 기소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특검은 수사기한 마지막 날인 28일 10여명을 무더기 기소할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와 최씨 외에도 최경희 전 이대 총장과 ‘비선진료’ 의혹 관련 김영재 원장,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 등이 기소 대상이다.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의 기소 여부도 주목된다. 특검은 지난 26일 이 행정관에 대해 위료법 위반 방조, 위증, 전기통신사업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르면 이날 밤 늦게, 늦어도 내일 새벽에는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된다. 특검 관계자는 “영장 발부가 확정되면 내일 중으로 기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특검의 기소 규모는 이미 기소된 13명을 포함해 20명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공소 유지를 위한 법무부의 지원을 강조했다.
이 특검보는 “파견검사들이 잔류하지 않으면 공소 유지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특검보 혼자 삼성 측 수십명의 변호사와 상대해야 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나올 수 있는 만큼 법무부가 (파견검사 잔류를) 허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병우, 기소 대신 檢 이첩 유력
국민적 관심이 컸던 우 전 수석의 신병처리 문제는 불구속 기소 대신 사건을 검찰로 이첩하는 식으로 정리될 공산이 크다.
아직 최종 결정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특검 내부에서는 검찰 이첩 쪽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이 특검보는 “두 가지 방안의 장단점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모든 상황을 종합하면 검찰에 이첩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려 있다”고 인정했다.
우 전 수석의 경우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 사퇴를 압박한 직권남용, 최씨의 국정농단을 방조한 직무유기 등이 혐의를 받고 있다. 세월호 의혹 수사를 방해하고 횡령·탈루 등 개인 비리를 저지른 정황도 포착됐다. 의경 아들의 보직 특혜 관련 직권남용 의혹도 있다.
이같은 비리 종합세트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검찰에 넘긴다면 특검 수사의 오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조사가 검찰 조직에 대한 수사로 인식되는데 대한 부담으로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특검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하는 모습이다. 특검 관계자는 “검찰로 이첩했을 때 (우 전 수석 관련 수사가) 잘 될 수 있을 것인지 의구심이 있는 것은 안다”며 “이미 조사가 상당히 이뤄진데다 개인비리 추가 수사가 필요해 검찰로 넘어가도 잘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