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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1인당 사교육비 9% 증가
사교육 총액이 늘어난 데에는 의대 증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초등 의대반이 유행하면서 저연령화 추세가 두드러졌다. 학교급별 사교육비 총액은 초등학교가 13조2000억원, 중학교 7조8000억원, 고등학교 8조1000원으로 초등학생 지출이 가장 컸다.
사교육 참여율도 관련 조사 이래 처음으로 80%에 도달했다. 지난해 78.5%에서 1.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의 참여율이 87.7%로 중학교(78.0%), 고등학교(67.3%)보다 높았다. 사교육 참여 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59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7.2% 올랐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50만4000원으로 전년보다 9% 올라 증가 폭이 중학교(5.3%), 고교(4.4%)를 압도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은 지방까지 영향을 미쳤다. 읍면지역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전년도 28만9000원에서 올해 33만2000원으로 14.9%(4만3000원)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는 광역시(8.0%)와 서울(7.2%)을 모두 압도하는 증가 폭이다. 참여 학생 대상 1인당 사교육비 역시 읍면지역 증가율이 10%에 달해 광역시(6.5%)와 서울(5.5%)을 앞섰다.
읍면지역의 사교육비 상승은 의대 열풍에서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증원하면서 지역인재전형 선발도 늘렸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작년에 확정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에 따르면 의대 전체 모집인원은 총 4610명으로 이 중 71.2%(3284명)가 비수도권 의대 선발인원이다.
특히 비수도권 의대 26곳의 경우 3202명(정원 내) 중 59.7%(1913명)를 지역인재전형으로 선발했다. 의대 지역인재전형은 일반전형보다 경쟁률·합격선이 낮기에 지방 유학 수요도 덩달아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 상위권 학생이 의대를 겨냥, 지방으로 유학 온 뒤 사교육 지출을 늘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 관계자는 “읍면지역 사교육비 지출이 다른 지역 대비 늘어난 데에는 의대 지역인재전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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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목별 사교육비는 참여 학생 기준 영어가 26만4000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수학 24만9000원, 국어 16만4000원 순이다. 영어의 경우 2017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사교육비 지출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평가는 경쟁자 점수와 관계없이 9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받을 수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영어의 경우 수능 1등급 실력을 조기에 완성한 뒤 다른 과목을 학습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수능에서 영어가 절대평가로 전환했지만 여전히 사교육이 줄지 않는 이유다.
다만 읍면지역 초등학교 1학년 사교육 참여율은 전년 대비 9.1%포인트 감소한 75.2%로 집계된 점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교육부가 작년부터 초1 대상 늘봄학교를 통해 ‘학원 뺑뺑이’를 줄인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늘봄학교는 작년 하반기부터 전체 초1 희망자 대상으로 확대됐으며 올해는 2학년까지 수혜 대상이 늘어난다.
송근현 교육부 디지털교육기획관은 “사교육비 조사는 1차 3~5월, 2차는 7~9월에 하는데 늘봄학교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다 보니 정책효과가 조사 시점에서 발휘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