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제재를 최종 의결했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관련 업무(사모펀드 신규 판매)가 3개월간 정지되고, 퇴직임원에 대해서는 문책경고가 내려진다. 퇴직임원은 당시 우리은행장을 지낸 손태승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4월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통해 관련 징계안을 의결한 바 있다. 보통 금감원 제재심을 완료하면 안건은 금융위로 넘어가게 되고, 안건소위원회를 거쳐 정례회의에 상정돼 징계가 확정된다. 금융위는 최근까지 6차례에 걸쳐 안건소위원회를 열어 손태승 회장의 제재안을 논의했으며, 1년 6개월만인 이날 최종 확정했다.
손 회장에게 중징계가 내려지면서 우리금융 내부는 그야말로 ‘멘탈붕괴’ 상태다. 내부적으로 손 회장 연임을 ‘기정사실화’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라임펀드’ 제재가 확정되며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직무정지-문책경고-주의적경고-주의 등 5단계로 나뉘는데,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문책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을 경우 3년 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둔 손 회장은 징계 확정으로 사실상 연임이 어려워진 상태다.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쳤다. 손태승 회장은 우리금융이 지주사로 재출범한 2019년 1월 우리은행장과 회장을 겸직하다가 2020년 3월부터는 우리은행장 직함을 떼고 회장만 맡아왔다. 특히 회장직을 맡은 2년간 순이익은 사상 최대를 연이어 기록했고, 임기 중 우리금융의 숙원이었던 완전 민영화까지 달성하면서 연임 가능성을 높였다. 게다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 경고를 받았지만, 이후 취소소송 1·2심에서 연이어 승소하면서 사실상 법적 리스크도 불식시켰다.
하지만 복병은 라임펀드 징계였다. 라임펀드 사태는 2019년 7월 라임자산운용이 코스닥 기업의 전환사채(CB) 등을 편법 거래하며 부정하게 수익률을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라임자산운용이 운용하던 펀드의 주식 가격이 폭락해 환매가 중단된 사건이다. 금감원이 파악한 바에 의하면 라임펀드는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가장 적극적으로 판매했는데, 판매규모는 각각 3577억원, 2769억원이다. 사실 당시 금감원은 라임펀드 판매에 대해 내부통제 부실, 부당 권유 등의 책임을 물어 손태승 회장에게 직무정지,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게는 문책 경고를 사정 통보했으나, 각 은행들이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면서 제재는 한 단계씩 내려간 바 있다.
◇“1년반만에 일사천리 징계 이례적”
금융업계 안팎에서는 손태승 회장의 징계가 1년 6개월 만에 갑자기 결정 나면서 “낙하산(정부 관련) 인사가 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특히 최근 BNK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후보군에 그룹 계열사 대표 이외에 외부 인사도 포함하도록 경영승계 규정을 수정하는 등의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금융권 인사 ‘관치인사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내에서는 차기 우리금융 회장 후보로 김석동·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제재안을 확정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1년 반 미뤄오다가 갑자기 일사천리로 징계까지 내린 건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금융노조에서도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만큼, 금융권 내 외풍에 대한 의심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물론 손 회장이 이번 징계에 대해 행정소송 등을 진행하면 연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금융권에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손 회장이 DLF 3심 소송까지 진행중인 상황에서 무리는 하지 않을 것이란 추측과 정반대로 이번 제재가 DLF 3심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면 가처분소송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뉘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향후 대응방안과 관련해 현재 확정된 사항 없으며, 관련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