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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에서 전 변호사 해촉을 결정한 뒤 별도 입장문을 내고 “국민과 당원동지들께 죄송하다”며 “경위야 어찌되었건 비대위원장인 제 부덕의 소치”라고 고개 숙였다.
그는 “당의 기강과 질서가 흔들리고 당과 당 기구의 신뢰가 더 이상 떨어져서는 안 된다”며 “전당대회 일정과 관련해서도 더 이상의 혼란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전 변호사를 해촉한 이유가 전대 일정 등과 관련한 의견차를 넘어, ’당의 기강 및 질서‘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전 변호사가 당의 기강 및 질서를 흔들었다는 건, 그의 언행이 ’럭비공‘과 같은 예측불가능성으로 점철돼 김 위원장의 통제권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정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전 변호사에 전폭적인 권한을 줬던 김 위원장의 판단이 문제의 시작이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전권’을 업고 시작한 전 변호사는 직을 맡은 한 달 동안 계속해서 논란을 일으켰다. 당협위원장 교체 등을 앞두고 스스로 ‘칼자루를 쥐었다’고 표현했고, 특위 내 결정은 내부 인사를 제외한 채 그가 데려온 특위 외부위원 3명하고만 만장일치 형태로 내리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교체 기준에 대해서도 당과의 공감대 없는 개인 의견을 피력해 당 의원들을 불편하게 했고, 태극기부대 수용 필요성 발언은 당을 내분으로 몰았다. 비대위에서 잠정 결정한 현역 의원 교체율 20%엔 “특위 결정사안”이라고 반기를 들었고, 전대 일정은 내년 2월말에서 6,7월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를 ‘트러블 메이커’로 지목하는 당 안팎의 지적에 김 위원장 등 비대위도 경고장을 날리자, 전 변호사의 말은 더 과격해졌다. 스스로도 자주 ‘묵언수행’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레드카드를 받은 뒤엔 김 위원장을 향해 “저런 식으로 해서 대권 근처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 “전권을 준다더니 자기 뜻대로 안 움직이니 자꾸 뒤통수를 친다” 등 독설을 퍼부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 보면, 전 변호사 영입 당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으로부터 ‘차도살인’을 하려 한다는 비난 등에 직면하면서 이미 체면을 구겼던 상황이었다. 그는 “최종 책임자는 나”라고 강조했지만, 결국 최종 책임자인 스스로가 ‘전원책 영입’이란 판단 실수로 타격을 입은 형국이 됐다.
김 위원장은 그럼에도 전 위원을 맞비난하는 선택은 하지 않았다. 그는 “당 혁신 작업에 동참해주셨던 전원책 변호사께도 미안하다”며 “말씀과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려 했지만, 전당대회 개최 시기 등 조강특위 권한 범위를 벗어나는 주장을 수용하기 어려웠다”고만 했다.
김 위원장은 전 변호사를 대신해 특위에 합류할 새 인사에 합류 의사를 물어놓은 상황이다. 전 변호사보다는 ‘예측가능성’이 있고, 김 위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사가 후임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위원장 스스로도 “(전원책 위원 해촉이란) 이번 일을 거울삼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 리더십의 상처는 아물기 쉽지 않아 보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경험도, 당에 뿌리도 없는 김 위원장이 비슷한 인물을 데려다 당을 개혁하려 한 게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개혁을 하려면 자신을 던져야 하는데, 남을 던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당 해체에 준하는 전면 쇄신을 거부하고 부분적으로만 고치려 하니 한국당이 보수 명사(이름난 이들)의 무덤이 돼가고 있다”며 “인명진 목사에 이어 이번엔 전 변호사, 다음은 김병준 위원장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