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화 거장' 유영국 화백 아내 김기순 여사 별세…향년 106세

이윤정 기자I 2026.02.19 15:11:35

금속공예가 유리지 교수 어머니
남편 대신해 생계 이어가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유영국(1916~2002) 화백의 아내이자 현대 금속공예가 고(故) 유리지 교수의 어머니인 김기순 여사가 지난 17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106세.

1920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고(故) 이희호 여사의 5촌 조카이기도 하다. 일본 도쿄문화학원 유화과에서 수학한 유영국 화백과 1944년 혼인한 뒤 남편의 고향인 경북 울진에 터를 잡고 가정을 꾸렸다.

故 김기순 여사(사진=유영국미술문화재단).
부부는 울진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이곳에서 생산한 소주 ‘망향’은 동해안 어부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며 사업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유영국 화백은 1955년 “이제는 그림을 그리겠다”며 사업을 정리하고 가족과 함께 서울로 이주했다.

이후 생계는 김 여사의 몫이 됐다. 작품이 오랫동안 팔리지 않았던 남편을 대신해 택시를 구입해 운영하고, 버스 노선을 매입해 간이 운수업을 하는 등 가족의 생활을 책임졌다. 자녀 교육에도 힘써 네 남매를 모두 해외 유학을 보냈다.

장녀인 유리지 교수는 미국 템플대에서 수학한 뒤 서울대 미대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 현대 금속공예 발전에 기여했다. 장남 유진씨는 유학 후 카이스트 교수로 활동했다.

뒤늦게 유 화백의 작품이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그는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이후 1977년부터 심장 박동기를 달고 생활했으며, 2002년 별세할 때까지 여러 차례 뇌출혈과 입원을 반복하면서도 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김 여사는 남편의 곁을 지키며 간호와 지원을 이어갔다. 2002년 남편을, 2013년 장녀를 먼저 떠나보냈다.

유족으로는 아들 유진·유건씨와 딸 유자야씨 등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0일 오전 9시다.

유영국(왼쪽) 화백과 김기순 여사(사진=유영국미술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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