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끼는 '北 비핵화'…외교장관 미국行으로 풀어낼까

김인경 기자I 2025.01.23 16:28:00

트럼프 '뉴클리어파워' 발언에 쿼드 성명서 北 비핵화 빠져
외교부 "쿼드 성명, 그 어떤나라 이슈도 없어" 선 긋기
조태열 외교장관, 美 국무장관 초청에 2월 방미 전망
트럼프 2기 대북정책에 '비핵화' 등 韓 입장 적극 피력할듯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DMZ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 언급한 데 이어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자 안보 협의체)’ 외교장관 회의 공동성명에 ‘한반도 비핵화’ 문구가 포함되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쿼드 성명은 북한뿐만 아니라 개별국가 이슈에 대해 다루지 않았다고 선을 그으면서 조태열 외교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직접 트럼프 2기 대북정책 수립과정에서 한국의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23일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쿼드 성명은) 과거 공동 성명과 달리 쿼드 협력 방향에 대한 기존 원칙을 재확인하는 짧은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고, 북한뿐만 아니라 그 어떤 나라 관련 이슈도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우리 정부가 쿼드 국가 간 공동성명에 대해서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와 역내, 전 세계 평화·안정에 필수 조건이자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경주해 온 원칙으로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국제사회와 계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2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가 공개한 쿼드 공동성명에 따르면 북한 관련 언급 자체가 없었다. 2021년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모든 쿼드 공동성명에 ‘한반도 비핵화’ 관련 문구가 있었던 만큼, 이번 성명이 대북정책 변화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이 대변인은 또 이날 조 장관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의 전화통화를 언급하며 “루비오 장관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방위 공약은 철통과 같이 확고함을 확인했으며, 양 장관은 북핵 문제 관련 긴밀한 공조를 유지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양 장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중요시했던 한미일 협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하고 관련 논의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조 장관과 루비오 장관은 전화통화를 하며 70여년 간 굳건하게 이어온 한·미 동맹을 미국 신행정부에서도 더욱 발전시키자는 의견을 나눴다. 루비오 장관은 조 장관을 미국 워싱턴에 초청했는데, 다음달 초께 조 장관의 방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통화에서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재 미국은 대북정책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조 장관이 이른 시일 내 방미해 북한과 북핵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미국 새 정부가 대북 정책을 포함해 정부 정책을 정립하는데 3개월 가량 걸리는 만큼, 이번 전화통화에서는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조 장관이 조만간 루비오 장관의 초청으로 미국에 방문하는 만큼, 이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 등 우리 정부의 자세한 입장을 설명하고 트럼프 2기 대북정책 정책 수립 과정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3일 오전 마코 루비오 신임 미국 국무장관과 통화를 하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해 뜻을 모았다.[외교부 제공]
하지만 우리 정부의 의지와 달리 한국이 미국 대외정책의 ‘후순위’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위기론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후 루비오 장관과 대면 정상회담을 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필리핀이나 이스라엘, 베네수엘라, 인도네시아 등보다 늦게 루비오 장관과 통화가 이뤄졌다. 전화통화 순서가 외교 중요성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지만, 가뜩이나 정상이 부재한 상황에서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통화도 조율 중이다. 2000년대 이후 정상간 통화는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늦어도 2주 안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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