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비만은 당뇨병과 고혈압, 심혈관질환뿐 아니라 담낭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체중이 늘어날수록 담석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고, 담석으로 인한 담낭염 발생 위험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담낭염은 흔히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 갑자기 발생하는 복통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담낭염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담석의 형성에는 평소 체중과 식습관, 대사 건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비만과 담낭질환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 체질량지수(BMI)가 높은 집단은 낮은 집단보다 비암성 담도질환 발생 위험이 약 2.75배 높았다. 여성은 약 3.21배, 남성은 약 2.01배로 나타났다.
연구에서 살펴본 비암성 담도질환에는 담석증 등이 포함돼 있다. 담낭염만의 유병률을 비교한 수치는 아니지만, 비만이 담낭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결과다.
인천세종병원 김광현 과장(외과)은 “비만은 단순히 체중이 많이 나가는 상태를 넘어 몸의 대사 기능에 변화를 일으킨다”며 “담석 형성과 담낭염 위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평소 체중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비만하면 담석이 잘 생기는 이유
담낭은 간 아래쪽에 위치한 작은 주머니 모양의 장기다.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저장하고 농축했다가 음식물이 들어오면 소장으로 배출해 지방 소화를 돕는다.
담즙에는 콜레스테롤과 담즙산, 빌리루빈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성분의 균형이 깨지면 결정이 만들어지고, 점차 뭉쳐 담석으로 발전할 수 있다.
비만한 사람은 담즙에 콜레스테롤이 과도하게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담낭의 수축과 배출 기능이 떨어지면서 담즙이 오래 머무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담석이 형성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담석이 있다고 모두 담낭염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담석이 담낭에서 담즙이 빠져나가는 통로를 막으면 담낭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고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김 과장은 “급성 담낭염의 상당수는 이러한 담석에 의한 폐쇄와 관련이 있다”며 “비만이 담석 형성을 촉진하고, 담석이 담낭염의 주요 원인이 되는 연결고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 소화불량으로 착각하기 쉬운 담낭염…오른쪽 윗배 통증 주의
담낭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오른쪽 윗배나 명치 부위의 통증이다. 통증이 등이나 오른쪽 어깨로 퍼지기도 하며, 메스꺼움과 구토, 발열 등이 동반될 수 있다.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 증상이 나타나면 단순한 소화불량이나 체한 증상으로 여기기 쉽다. 복통이 수 시간 동안 지속되거나 발열과 오한이 동반된다면 담낭염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진단에는 복부 초음파검사가 주로 활용된다. 담석 유무와 담낭벽의 두께, 주변 염증 소견 등을 확인하고 혈액검사로 염증 수치와 간 기능 등을 평가한다.
급성 담낭염은 환자 상태에 따라 항생제와 수액 치료 등을 시행하며, 수술이 가능한 경우 담낭절제술을 주요 치료 방법으로 고려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담낭 괴사나 천공, 복막염 등으로 진행할 수 있어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 체중 관리 중요 ... 고도비만이라면 비만대사수술도 선택지
담석과 담낭염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체중을 관리하고, 정제 탄수화물과 당분,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체중을 줄이는 속도에도 주의해야 한다. 극단적인 식사 제한이나 단기간의 급격한 체중감량은 담즙의 콜레스테롤 농도를 높이고 담낭의 배출 기능을 떨어뜨려 오히려 담석 발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체중감량은 무조건 빠르게 진행하기보다 건강 상태에 맞춰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실천해야 한다. 식이조절과 운동, 약물치료 등으로 충분한 체중감량 효과를 얻기 어려운 고도비만 환자라면 비만대사수술도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비만대사수술은 위의 크기를 줄이거나 소화기관의 구조를 변경해 체중감량을 유도하는 치료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당뇨병과 고혈압 등 비만 관련 대사질환의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비만대사수술은 담낭염 자체를 치료하는 수술과는 구분해야 한다. 수술 후 체중이 빠르게 감소하는 과정에서 담석이 새롭게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수술 전 담낭 상태를 확인하고, 수술 후에도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김광현 과장은 “담낭염은 담낭에 발생한 염증을 치료하는 것과 함께 담석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비만과 생활 습관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체중을 건강하게 줄이고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고도비만으로 체중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는 전문의와 상담해 비만대사수술을 포함한 치료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만대사수술 후에는 급격한 체중감량에 따른 담석 발생 가능성도 살펴야 하는 만큼 정기적인 진료와 체계적인 사후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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