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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칙' 적용 엄격했던 대법, 한국지엠·쌍용차 경영난 인정했다

남궁민관 기자I 2020.07.13 18:20:15

양사 통상임금 소송서 회사 측 손 들어
신의칙 항변 인정한 원심, 대법도 최초로 수긍
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 인정하면서도
회사 존립 위기 초래할 수 있어 추가 지급 불허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대법원이 최근 한국지엠과 쌍용차 근로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 사건에서 사측의 이른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항변을 받아들인 판결을 속속 내놓으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신의칙이란 근로자가 회사에 요구하는 지급액이 과다해 회사 경영상 어려움이 발생하거나 회사 존속 자체에 위기를 초래할 경우 지급 의무를 제한할 수 있는 요건을 말한다. 그간 대법원은 신의칙 적용에 엄격한 입장을 보여왔지만, 한국지엠과 쌍용차 등 완성차 업계의 심각한 경영난을 인식하고 이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GM) 부평1공장 내 신차 ‘트레일블레이저’ 생산 라인이 지난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멈춰 서 있다.(사진=연합뉴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9일 한국지엠과 쌍용차 근로자들이 정기상여금 또는 상여금과 그 외 수당 등을 포함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한 법정수당 차액 및 퇴직금 차액을 사측이 지급해야한다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각각 “신의칙에 반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을 수긍한다”며 모두 상고 기각했다.

두 회사에 대해 모두 정기상여금 또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포함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미지급 법정수당을 추가 지급할 경우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어 ‘신의칙’에 따라 추가 지급은 허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그간 신의칙 적용에 있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온 대법원의 판결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2월 시영운수 사건을 시작으로 한진중공업, 한국공작기계 등에 신의칙을 배척했다. 대법원의 엄격한 기준 적용에 하급심에서도 신의칙 적용에 소극적 모습을 보여왔던 터다.

특히 대법원이 회사의 신의칙 항변을 인용한 원심을 수긍한 것은 이번 한국지엠과 쌍용차 통상임금 소송이 최초의 사례이기도 하다. 최근 완성차 업계 전반에 걸쳐 경영난이 심각한 가운데 두 회사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다는 점을 대법원이 인정한 결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한국지엠과 관련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지엠의 부채비율은 동종업체에 비해 상당히 높고 유동비율은 동종업체에 미치지 못하며 차입금 규모도 2014년 연말 기준 2조원을 초과하고 매년 지출하는 경상연구개발비가 평균 6000여억원에 이른다”며 “2014년 연말 기준 보유현금을 이 사건 추가 법정수당 지급에 사용할 경우 부채변제나 연구개발이 중단되거나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쌍용차에 대해서도 “2008년 이후 2015년까지 계속 큰 폭의 적자를 내었고, 2009년경에는 피고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기도 했다”며 “쌍용차 노사는 2009년부터 피고 근로자들의 기본급 동결, 상여금 일부 반납, 복지성 급여 부지급에 합의하는 등 이 사건 청구기간 당시 각종 비용을 절감해 쌍용차의 위기를 극복하려 했던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지엠 생산직 근로자 5명은 2007년 4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정기상여금, 개인연금보험료, 하계휴가비, 명절귀성여비, 명절선물비를 포함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한 법정수당 차액 및 해당 법정수당 차액과 개인연금보험료, 명절선물비를 포함한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한 퇴직금 차액 지급을 청구했다. 총 청구액은 1억5600만원으로 원고에 따라 적게는 1500만원에서 많게는 39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이다.

또 쌍용차 근로자 13명은 2010년 3월부터 2013년 11월까지의 상여금과 그 외 수당 항목을 포함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한 법정수당 차액 및 해당 법정수당 차액 등을 포함한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한 퇴직금 차액 지급을 청구했다. 총 청구액은 5억1200만원으로 원고에 따라 적게는 690만원에서 많게는 83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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