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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큐비트급은 현재까지 전 세계에 도입된 양자컴퓨터 중 최고 성능을 자랑한다. IBM은 지난해 이글 프로세서가 기존 컴퓨팅을 사용한 무차별 대입 시뮬레이션 방식으로는 불가능했던 정확한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성능을 실증했다. 기존 컴퓨터의 비트(bit)는 정보를 0 또는 1로 이진법으로 취급하지만, 양자컴퓨터의 큐비트는 0~1 사이의 중첩된 값을 이용해 훨씬 빠르고 동시다발적인 연산을 처리할 수 있어서다. 앞서 2019년 구글이 선보인 53큐비트 양자컴퓨터는 특정 조건에서 슈퍼컴퓨터가 1만 년 걸릴 연산을 200초 만에 해결한 바 있다.
이날 연세대 국제캠퍼스 ‘퀀텀(양자) 컴퓨팅 센터’에서 모습을 드러낸 국내 최초 양자컴퓨터는 보호 유리벽 너머 공간에 사람 키만한 높이와 드럼통 만한 지름의 원통 냉각기가 감싸고 있었다. 특수 재질의 불투명한 검정 반사체 냉각기 안에 IBM 퀀텀 시스템 원 하드웨어 설비가 구축돼 있다는 설명이다. 외부에서는 내부 모습이 보이지 않지만, 개념도에 따르면 샹들리에처럼 생긴 양자컴퓨터 상부에서 하부까지 영하 185도부터 273도로 극저온 냉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표창희 IBM코리아 상무는 이날 제막식에서 “기존 컴퓨터 방식을 자동차라고 하면, 비행기에 해당하는 양자컴퓨터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몇 분 몇 초 만에 해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며 “굉장히 낮은 온도에서 양자의 큐비트가 안정된 상태로 연산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우주의 온도’와 비슷한 극저온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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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연세대 양자사업단장(융합과학기술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분자 시뮬레이션을 통해 신약을 개발하려면 질병과 관련된 파괴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는 다양한 물질을 탐색하고 최적화하는 과정 모든 게 계산”이라며 “양자컴퓨터로 계산량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면 46억원의 유전자 치료제가 아닌, 4억원 혹은 4000만원짜리 약도 분명히 나올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그는 “국내 최초로 도입한 양자 컴퓨팅 플랫폼을 기반으로, 공동 활용 생태계 구축을 통해 산업 전반의 기술 경쟁력 향상과 솔루션 제공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2028년까지 국가첨단전략산업 바이오 특화단지에 양자·바이오 트랜스포메이션(전환) 활성화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IBM 퀀텀 시스템 원이 도입된 국가는 미국, 캐나다, 독일, 일본에 이어 한국이 다섯 번째다. 연세대는 지난달 송도 국제캠퍼스에 IBM 퀀텀 시스템 원 설치를 마쳤다. 이곳에서 연세대 네트워크의 연구자, 학생, 조직 및 파트너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양자 유용성 단계’의 컴퓨팅 자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자체 연구는 물론 함께 협력하는 국내 학술·연구 기관 및 기업들이 양자컴퓨팅 기술을 개발하고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윤동섭 연세대 총장은 “양자컴퓨터는 양자 역학의 원리를 이용해 기존의 컴퓨터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데이터를 처리함으로써, 우리 인류가 직면한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컴퓨팅 방식”이라며 “연세 구성원들, 나아가 우리 사회의 ‘양자 문해력’을 향상시키고 양자컴퓨터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