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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났습니다]①獨정치 심장부에 당당히 입성한 첫 한국계 여성 의원

장영은 기자I 2021.10.14 18:53:18

한국계 여성 첫 연방의회 입성…이민2세 핸디캡 극복
부모님 모두 한국인이지만 獨서 나고 자란 '외허린'
"누군가 바꾸길 기다리기보단 스스로 나서고 싶었다"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이민자, 여성, 아시아인, 30대. 유럽에서 정치인으로서는 모두 불리한 조건들이다. 최근 독일 총선에서 이를 모두 극복하고 독일 연방의회에 입성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주인공이 있다. 한인 2세 이예원(Ye-One Rhie·34) 의원이다.

(사진= 이예원 의원 트위터)


이 의원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상황을 바꾸고 더 낫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정치인의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면서 “다른 사람들이 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내가 직접 더 나은 세상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26일 치뤄진 독일 총선에서 자신이 나고 자란 아헨시 1지역구에 출마했다. 총 8명의 후보 중에 세번째 득표율을 기록했다. 지역구에선 두 현역의원에 밀려 아쉽게 당선에 실패했지만 그가 속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사민당·SPD)이 이번 선거에서 선전하면서 권역별 비례대표로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한국계 여성으로서는 최초다.

이 의원은 1987년 아헨에서 태어나 이 지역에서 유치원과 초·중·고교 대학까지 나왔다. 스스로를 ‘외허린(Oecherin·아헨여자)’이라고 소개했다. 부모는 모두 한국인으로 1986년 독일로 이민을 갔다. 아버지는 대학에서 한국어 강사로, 어머니는 간호사로 일했다. 이 의원은 독일인이면서 동시에 한국인이기도 한 셈이다.

다른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이민 2세, 특히 아시아계가 정계에 진출하는 비율은 아직 낮다. 이번에 당선된 연방하원 의원 735명 중 이민자 출신은 83명(11.3%)이다. 독일 전체 인구의 4명 중 1명(26.7%)이 부모 중 적어도 1명은 이민자 출신인 것을 고려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특히 아시아계 이민자 출신은 더 드물다. 이번 연방하원에서도 아시아계는 이 의원이 유일하다.

이 의원 역시 선거를 준비하면서 스스로 “운이 좋았다”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이같은 기회가 단순히 운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적절한 시시기에 적절한 장소에 있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회를 얻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람들이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변화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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