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박원순 피해자 측 “성추행 피소사실 유출과 관련 없다”

이소현 기자I 2020.12.30 19:31:17

“단체 결성 때부터 유출 단체 배제…소명·징계 요청”
“박 전 시장, ‘문제 되는 행동’ 알았다는 사실 밝혀져”
“은폐·침묵 행위 규탄..책임자들, 피해자에 사죄해야”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이 한 여성단체 관계자를 통해 유출됐다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가 자신들과 관련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이와 함께 이들은 박 전 시장이 스스로 문제 되는 행동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에 대해서도 검찰 수사로 밝혀졌다며, 이를 은폐한 책임자들에게 사죄를 촉구했다.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이 28일 오전 서울시청앞에서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 피해자 정보 유출, 유포 사태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 A씨를 지원하는 여성·시민단체 연대체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공동행동’(공동행동)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현재 공동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은 피해지원 요청과 지원 내용에 대해 외부에 전달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피해자 A씨의 변호인인 김재련 변호사가 지난 7월 7일 오후 2시 37분께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에게 박 전 시장 고소 예정을 알리며 피해자 지원을 요청했고, 이후 이 소장은 같은 달 8일과 9일 임순영 당시 서울시 젠더특보로부터 ‘무슨 일을 하는 것이냐’, ‘상담을 하는 것인지, 기자회견을 하는 것인지, 법적인 조치(고소 등)를 취하는 것인지 알려주면 안되겠냐’는 등 질문을 받았지만, 함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동행동은 한 여성단체 소속 B 대표가 친분이 있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김 변호사가 이 소장에게 지원 요청한 사실’을 전달했을 가능성을 확인하고, 즉시 해당 단체를 배제한 뒤 이후로는 어떤 관련된 연락도 주고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동행동 결성 시기부터 B 대표가 소속된 단체를 배제했고, 단체에 해당 일에 대한 소명, 평가, 징계 등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특히 공동행동은 검찰 수사 결과 “박 전 시장이 스스로 문제 되는 행동을 알고 있었다”며 책임자들은 박 전 시장의 성폭력 행위를 사죄하고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7월 10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서울북부지검이 공개한 박 전 서울시장 피소사실 유출 의혹과 관련한 수사결과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지난 7월 8일 오후 3시께 불미스러운 일이 있느냐는 당시 임 특보의 질문에 ‘그런 것 없다’고 대답한 후, 같은 날 오후 9시 30분께 특보에게 전화해 비서실장과 기획비서관 등과 함께 오후 11시까지 공관으로 오게 했다. 공관에서 박 전 시장은 ‘피해자와 4월 사건 이전에 문자를 주고받은 것이 있는데,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음 날인 7월 9일 오전 10시 44분 박 전 시장은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기고 공관을 나왔고, 10일 0시께 북악산 숙정문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러한 정황에 대해 공동행동은 “박 전 시장은 피해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으며 문제 되는 행동을 스스로 떠올리고 해당 행위의 시점도 인지하고 그 행위가 성폭력일 수 있음을 알았다”며 “이런 사실을 (서울시) 비서실장, 기획비서관, 젠더특보가 최소한 똑똑히 들었지만, 인정과 책임, 피해자에 대한 사죄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박 전 시장이 스스로 인지하고 인정했던 것에 대해서도 은폐하고 침묵해온 행위를 규탄한다”며 “책임자들은 박 전 시장의 성폭력 행위를 피해자에게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공동행동은 검찰이 청와대와 검찰, 경찰 관계자들에 대해 불기소(혐의없음) 처분한 점에 대해서도 “증거가 없다고만 발표돼 있다”며 “위력 성폭력이나 고위직에 의한 피해를 고소하는 피해자가 제대로 고소할 수 있는지, 제출된 자료가 비밀유지 될 수 있는지 여전히 불안한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