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로 조작된 서류…'해외입양' 아닌 '아동수출'이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방보경 기자I 2025.09.16 17:06:28

해외입양 문제 다룬 영화 '로스트 버스데이' 상영
생년월일·병력 위조 정황 다수 발견
"서류 한장으로 인생 송두리째 바뀌어"
진화위, 올해 3월 56명 인권침해 사실 확인

[이데일리 방보경 기자] “내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내 권리를 찾기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워야 했는지를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해외입양인 안야 카에 콜드(51) 씨는 자신이 출연한 다큐멘터리 영화 ‘로스트 버스데이’를 보기 전 기자와 만나 담담한 표정으로 이 같이 말했다. 이 영화는 16일 오후 서울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상영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지원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해외입양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안야 카에 콜드씨와 그 가족들이 16일 해외입양 과정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다큐멘터리 <로스트 버스데이>를 관람했다. (사진=방보경 기자)
영화는 한국전쟁 이후 2020년대까지 16만 명이 넘는 아동이 해외로 입양되는 과정에서 조직적인 ‘아동 수출’이 있었다는 사실을 고발한다. 덴마크한인진상규명그룹(DKRG)은 2021년 결성돼 이 문제를 추적했고 공론화를 통해 덴마크 정부의 해외입양 중단까지 이끌어냈다. DKRG는 2022년 진화위에 사건 조사를 요청했고 진화위는 올해 3월 56명의 피해자에 대해 인권침해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입양 과정에서 아이들은 정상 가정 출신임에도 ‘고아’로 조작되거나 생년월일과 병력이 위조되기도 했다. 안야 씨의 경우 서류에는 심장 질환이 있다고 기록돼 있었지만 실제 검진에서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DKRG 대표인 한분영씨는 “더 빠르고 쉽게 입양을 보내기 위해 서류를 고쳤다”며 “서류 한 장으로 안야 씨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실을 찾는 길은 험난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기록 공개를 거부하는 기관이 많았고 오랜 세월이 지나 입양 기록 자체가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진화위와 해외입양인들은 정부 문건과 국가기록원 자료를 찾아내며 집요하게 진실을 추적했다.

이날 상영회에는 많은 해외입양인들이 함께했다. 한국에서 열린 행사였지만 “영어로 설명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안야 씨의 남편과 자녀들도 덴마크에서 찾아와 함께했다. 남편 클라우스 윌버그 닐센(55) 씨는 “지난 3~4년 동안 아내가 가족 모임조차 포기하며 활동에 매달렸다”며 “영화를 직접 보니 이제 거의 목표에 다다른 것 같다”고 전했다. 아들 엘리어스(21)는 “부모님이 누군지 알고 살아가는 나와, 우리 엄마가 느끼는 감정은 다를 것”이라며 “엄마를 지지하고 싶다”고 했다.

진화위도 해외입양 문제에 대한 진상 규명 의지를 밝혔다. 허상수 진화위 비상임위원은 “해외입양이라는 말 자체를 쓰고 싶지 않다. 이는 명백한 범죄 행위이며 아동 강제 이동과 관련된 국제적 사건”이라며 “3기 진화위가 출범하면 더 많은 진실이 밝혀져야 하고 우리 사회가 이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6일 영화 ‘로스트 버스데이’를 보러 온 관객들이 앉아 있다. (사진=진실화해위원회)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은 이날 상영회에 참석해 “해외입양은 국가와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인권침해 문제”라며 “다큐멘터리가 잃어버린 역사를 드러내고 진실을 마주하며, 국제법규에 따라 해결을 모색해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로스트 버스데이’는 추후 국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등에도 출품될 예정이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