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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너마이어 교수는 영국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거시경제학과 국제금융, 통화정책 등을 연구해 온 세계적인 석학이다.
브루너마이어 교수는 다가올 금융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로 인간과 AI 간의 ‘이해의 비대칭성(Asymmetric Understanding)’을 꼽았다. 과거 금융시장은 누가 정보를 더 많이 가졌느냐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핵심 문제였고, 파편화된 정보 속에서 중앙은행만이 유일하게 거시경제의 통합 정보를 쥐고 시장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이제는 똑같은 정보를 두고도 AI 에이전트가 인간보다 시장의 작동 원리를 훨씬 더 깊이 파악하는 시대가 열렸다는 것이다.
그는 “미래에는 AI가 중앙은행의 목표와 정책 대응 공식인 ‘반응 함수(Reaction Function)’를 정확히 간파하겠지만, 반대로 중앙은행은 왜 그런 결정을 내리는지 설명되지 않는 AI 시장의 반응을 100% 알 수 없게 될 것”이라며 “결국 게임 자체가 불공평해지고 중앙은행이 전술 게임에서 AI를 이기기 어려워진다”고 진단했다.
이해 수준의 역전은 통화정책 파급 경로의 붕괴로 이어진다. 통상 중앙은행은 단기 정책금리를 조정해 시중 장기금리와 자산 가격을 움직이고, 이를 통해 가계와 기업의 소비·투자를 조절해 왔다. 그러나 AI가 중앙은행의 다음 수를 먼저 읽고 움직이거나 인간이 해독할 수 없는 방식으로 거래하면 시장의 가격 신호가 왜곡돼 정책 효과가 사라진다는 설명이다.
AI 트레이더 간의 보이지 않는 담합과 시장 교란 가능성도 제기됐다. 브루너마이어 교수는 2016년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맞붙은 ‘알파고’의 37수를 언급하며 “당시 인간은 알파고의 수를 실수라고 생각했지만 훗날 묘수로 판명 났다”며 “금융시장에서도 AI 에이전트가 어떤 움직임을 보였을 때, 중앙은행이 이를 이해하지 못하다가 게임에 지고 나서야 그 의미를 깨닫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위기 때마다 당국이 부실 자산을 사들이며 구제금융에 나섰던 학습 데이터를 바탕으로, AI들이 암묵적으로 담합해 당국의 구제금융을 교묘하게 유도하는 덫을 놓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브루너마이어 교수는 중앙은행이 이러한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단순함으로 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우리는 그간 위기를 겪으며 ‘바젤 1·2·3’ 등 금융 규제를 정교하게 미세 조정해 왔으나, 룰이 복잡하고 세밀해질수록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AI에게는 오히려 우위를 안겨주게 된다”며 “인간의 열세를 극복하려면 룰은 훨씬 단순하고 단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통적인 중앙은행의 소통 방식과 시장 개입 방식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브루너마이어 교수는 “시장이 더 이상 유의미한 가격 신호를 주지 못한다면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을 우회해 실물 시장에 직접 개입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수십년간 중앙은행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며 간접적으로 시장과 소통해 왔지만 이런 관행은 사라질 것”이라며 “앞으로는 AI를 직접적인 타깃으로 삼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도입하고, 오픈AI나 앤트로픽 등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사와 협력해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AI의 행동 양식을 관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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