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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수조원 무이자 관행’ 깨질까… 공모주 증거금 이자 지급 첫 사례 등장(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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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연 기자I 2026.09.22 15:4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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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證, 에이엘로봇 IPO부터 업계 최초로 지급
금융위 하반기 제도화 추진…증권사 관행 변화 주목
“투자자 혜택 늘지만 인수 수수료에 전가될 가능성도”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대신증권이 공모주 일반청약자가 맡긴 청약증거금에 업계 최초로 이자를 지급한다. 금융당국이 청약증거금 운용이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대신증권이 선제적으로 제도를 도입하면서 다른 증권사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21일) 제출된 에이엘로봇 증권신고서에는 대표 주관사인 대신증권이 일반청약자의 청약증거금에 이자를 지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내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청약증거금의 이자율과 산정·지급 방식을 증권신고서에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통상 일반투자자는 공모주를 청약할 때 청약금액의 50%를 증거금으로 먼저 납부한다. 공모가가 1만원이라면 1만주를 청약하기 위해 청약금액 1억원의 절반인 5000만원을 맡기는 식이다. 청약 이후 실제 배정받은 주식의 대금을 제외한 나머지는 환불된다.

그동안 투자자는 청약일부터 환불일까지 거액을 증권사에 맡기면서도 별도의 이자를 받지 못했다. 청약증거금은 청약 기간 한국증권금융에 예치돼 국채와 통화안정증권 등 안전자산으로 운용, 수수료를 제외한 이자는 증권사에 지급된다. 대형 공모주 청약 때마다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의 자금이 몰렸지만, 투자자 몫의 이용료는 없었던 셈이다.

대신증권은 이번 에이엘로봇 청약부터 자금이 묶이는 기간에 이자를 지급한다. 청약일부터 납입·환불일까지 청약증거금 일평균잔고를 기준으로 이자를 산정해 납입·환불일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적용 이율은 연 1.0%이며 100만원을 초과하는 증거금에는 연 0.6%가 적용된다. 가령 청약증거금 10억원을 이틀 동안 납부하면 세전 약 3만3000원의 이자를 받는 셈이다. 이자소득세는 원천징수하며 청약 취소분과 추가 납입금에는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

개별 투자자가 받는 금액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전체 청약증거금 규모를 고려하면 증권업계에는 적지 않은 변화다. 국회 정무위원회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증권금융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2021~2023년 IPO·유상증자 634건의 청약증거금은 총 1650조7921억원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예치수익은 약 1050억원으로 추산됐다. 증권사가 청약증거금을 직접 운용해 얻은 수익은 포함하지 않은 수치다.

청약증거금 이자 지급 논의는 10년 넘게 이어졌다. 감사원은 2013년 청약증거금을 투자자예탁금 이용료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불합리하다며 금융위원회에 개선 방안 마련을 통보했으나 이후에도 무이자 관행은 유지됐다. 21·22대 국회에서도 청약증거금을 투자자예탁금에 포함하고 이용료 지급 의무를 법률에 명시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무산된 바 있다.

금융위도 지난 7월 1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청약증거금 운용이익 중 청약 관련 비용 등을 제외한 이익을 개인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하반기 중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구체적인 지급 기준과 이율, 법률 또는 관련 규정의 개정 여부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대신증권은 당국의 세부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에 자체 기준을 마련했다. 에이엘로봇을 시작으로 향후 대표주관을 맡는 IPO에도 같은 방식을 적용할 예정이다. 공모주 투자자 유치 경쟁과 금융당국의 제도화 방침을 고려하면 다른 증권사들도 이자 지급 여부와 기준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청약증거금 이자 제도화 추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9월 21일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기업부터 이자를 지급한다”며 “고객이 공모주 투자 과정에서 청약증거금에 대한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청약증거금 운용수익이 줄어들면 증권사가 그 비용을 인수 수수료 등에 반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이자가 발행기업의 부담으로 이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청약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수익을 투자자에게 이자로 지급하는 방향은 타당해 보인다”며 “다만 향후 증권사들이 인수 위험과 기업 유치, 관련 서비스에 들어가는 비용을 인수·발행 수수료 형식으로 전가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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