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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방문한 대구의 첫 인상은 ‘힐링’이었다. 사유원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된 곳이다. 수목원이란 자연을 배경으로 힐링과 사색을 콘텐츠화(化) 시킨 장소다. 관광도시로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는 대구이지만, 사유원은 색다른 콘텐츠로 지역관광에 동력을 불어넣고 있단 평가다.
실제 사유원이 주축이 돼 대구를 관광도시로 만들기 위한 시도도 전개되고 있다. 최근 사유원과 인터불고호텔 대구, 대구간송미술관, 더현대 대구 등 4곳이 연대해 만든 ‘아트 앤 힐링 인 대구’(6월까지) 패키지가 대표적이다. 콘텐츠(사유원 및 간송미술관)·호텔(인터불고)·유통(더현대 대구) 등을 모두 아우르는 만큼 촘촘한 구성을 자랑한다. 특히 민간 사업자들이 지자체 지원없이 직접 자발적으로 연계해 대구의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패키지를 선보여, 지역관광 활성화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패키지권을 구매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입장권을 제공하고 각종 혜택을 부여한다.
이날 둘러본 사유원은 수목원 규모만 33만㎡(약 10만평)으로 축구장 24개 면적에 해당할 정도로 넓었다. 산책로 6.4km에 주제정원 9개, 건축작품 30개, 수목초화류 1100여종, 카페 2곳, 식당 2곳 등으로 이뤄져 있다. 철강회사 TC태창의 유재성 전 회장이 일본으로 밀반입되던 300년산 모과나무를 사들여 심으면서 시작됐다. 때문에 곳곳에 심어진 모과나무 등 각양각색의 나무와 풀들을 조용히 감상할 수 있다.
가장 특색이 있던 것은 포르투갈 건축 거장 알바로 시자의 작품이었다. ‘소요헌’이라는 이름의 건물은 기하학적인 디자인과 함께 여러 프레임(창)을 써서 삶과 죽음을 표현했다. 현장에서 만난 사유원 관계자는 “외부에서도 건축 마니아들이 해당 건물을 보기 위해 찾아오기도 한다”며 “외국인들도 자주 찾는데, 최근 방문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엔 고소영 등 유명 배우들이 유튜브 콘텐츠 등으로 소비하면서 사유원을 찾는 젊은 고객들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유원은 비교적 비싼 티켓 가격(평일 기준 5만원)임에도 실제 자연 속에서 사색과 힐링을 하고자 하는 ‘목적형’ 입장객들이 많다는 점이 특이점이다.
사유원과 연계해 또 다른 대구만의 예술 콘텐츠를 제시하는 곳은 대구간송미술관이다. 간송미술관 역시 2024년 한국 관광의 별에 선정된 곳이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일제시대부터 수집해 온 국내 문화유산을 한곳에서 관람할 수 있다. 실제 방문한 간송미술관은 문화유산에 각종 디지털 기술을 덧입혀 쉽고 재밌게 풀어낸 콘텐츠들이 많았다. 고루한 박물관이 아닌, 간송이 수집한 다양한 문화유산을 남녀노소 모두 접근이 쉽도록 제시했다는 점에서 색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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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관광의 또 다른 핵심은 숙박과 놀거리다. 이번 연계 패키지에 속한 인터불고 대구호텔, 더현대 대구가 이를 전담한다. 우선 대구시 최초의 5성 호텔 인터불고는 객실도 객실이지만, 무엇보다 ‘맛’(더뷔페 앳 인터불고)이 가장 큰 강점이다. 평일 기준 1인당 가격이 10만원이 채 안되지만 325개에 달하는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육류 즉석 메뉴가 인터불고 뷔페의 차별점이다.
현장에서 본 인터불고 뷔페의 즉석 육류 코너는 △양갈비 △등심 △차돌박이 △너비아니 등 서울의 특급호텔 뷔페 못지 않은 다양성과 맛을 자랑했다. 특히 대구의 명물인 ‘뭉티기’(생고기)도 맛볼 수 있는데, 뭉티기는 당일 도축한 소에서만 가능한만큼 이곳의 별미 중 하나다. 고품질의 뷔페만을 위해서라도 대구를 찾아올만 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실제 수요도 많은데 지난해 12월 성수기 주말엔 하루 2000명씩 4부로 운영되기도 했다.
이오희 호텔인터불고 대구 총괄 셰프는 “타 메이저 호텔 뷔페들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한다”며 “우리 호텔 뷔페의 ‘맛’이 외부 관광객을 대구로 이끌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는 대구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유통채널 더현대 대구가 있다. 2022년 더현대로 개편된 이곳은 현재 현대백화점의 비수도권 점포 중 매출 1위를 찍을 정도로 현지 인기가 높다. 경쟁사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이 명품 중심의 구성이라면 더현대 대구는 철저히 MZ세대를 타깃으로 했다. 층층마다 ‘팝업’ 공간을 별도로 배치, 구성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각종 볼거리와 체험거리, 그리고 9층에 배치한 복합문화공간 ‘더 포럼’ 등이 더현대 대구를 더 ‘젊게’ 만들었다.
더현대 대구는 대구의 관광 활성화를 위해 사유원 등과 함께 하는 연계 패키지에 참여했다. 유창훈 더현대 대구 판기획팀장은 “좋은 취지의 프로젝트여서 직접 사유원 측에 함께 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대구 동성로 관광특구를 사유원, 인터불고 등과 연계하면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패키지는 최근 우리 정부의 지역관광 활성화 정책과도 맞물려 의미가 있다.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해 외래관광객 규모는 1870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를 달성했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을 중심으로 관광의 쏠림현상이 심하다. 때문에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열린 확대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지역관광 활성화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에서 이 같은 민간 기업들의 관광 연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교통 인프라다.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선결조건인데, 대구 패키지 역시 교통 인프라 부족은 해결되지 못한 숙제다. 대구시청 등 지자체들이 직접 적극 나서야 할 문제인데, 여러 변수들로 인해 원활치 못하고 있다는 건 옥의 티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민간의 자발적인 지역관광 활성화 행보를 관에서도 뒷받침해야 하는데, 여전히 민과 관의 속도는 다르게 흘러간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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