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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2019년 에이즈 감염인 A씨 사건을 심리하던 재판부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으로 시작됐다. A씨는 에이즈 감염사실을 숨긴 채 콘돔 없이 유사 성교행위를 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법은 해당 조항이 재판 전제가 될 뿐더러 헌법 위반으로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봤다.
◇ “‘체액’ 등 용어 광범위…해석 자의성만 높여” VS “상식적 해석…처벌은 감염 숨기고 성접촉한 경우”
위헌을 주장하는 A씨 측은 ‘체액’, ‘전파매개행위’의 의미가 불명확해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체액 종류나 전파매개행위의 감염 가능성 유무 또는 정도, 상대방 감염 여부 등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 해석 기관과 집행 기관의 자의적인 법 적용 가능성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측은 “건전한 상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해석에 어려움이 없다”며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또 “이 조항 위반으로 기소나 처벌된 사례를 보면 감염인이 감염 사실을 숨긴 채 예방 조치 없이 성접촉하는 경우가 전형적이었고 이외 (다른 사례로) 제재받은 사례를 찾기 어렵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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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된 조항이 감염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가에 대한 양측의 공방도 치열했다.
A씨 측은 “해당 조항이 에이즈 확진을 받고 질병관리청에 등록돼 관리 받는 감염인에게만 적용돼 감염인 중 일부만을 표적으로 해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감염인이 검진이나 치료를 거부해 공중보건체계에서 벗어나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질병관리청 측은 “위 조항으로 제한받는 기본권으로 제시된 감염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행복추구권보다 비감염인의 건강권, 생명권이 우선적으로 보호돼야 한다는 점에 이론이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이즈를 둘러싼 공포나 부정적 시선을 가진 국민이 많은 현실에서 비감염인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겪게 될 사회경제적 불이익과 비용이 크다는 점에서 전파매개행위의 금지로 인해 제한되는 감염인들의 이익보다 전파매개행위의 금지를 통해 보호되는 공익이 훨씬 중대하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면 체내 바이러스가 억제돼 전파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완치약이 없고 치료 중단시 2~3주 내 바이러스 농도가 검출 가능한 수준으로 증가한다”며 “여전히 감염인의 전파매개행위를 금지할 필요성이 존재한다”고도 주장했다.
헌재는 이날 양측 진술을 바탕으로 향후 감염법예방법 조항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9일 문제된 조항에 대해 헌재에 ‘위헌’ 의견을 제출했다. 에이즈 감염인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