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유통 대신 약병"…식품업계, 푸드 메디신으로 생존 리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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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I 2025.12.30 15:46:51

유업·급식 수요 급감 현실화
먹거리서 치료로 축 이동
매일·남양, 단백질 승부수
급식·식품, 케어푸드 확장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합계출산율 0.7명. 수치로 다가온 인구 절벽의 공포가 내수 식품 시장, 그중에서도 유업계와 급식업계의 업(業)의 본질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분유를 먹을 아기가 사라지고 급식판을 비울 학생이 줄어드는 구조적 위기 앞에서, 기업들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치료와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푸드 메디신(Food Medicine)으로 생존의 키를 돌리고 있다. 이른바 메디 푸드(Med-Food)와 건강기능식품, 나아가 의약 바이오로 사업의 축을 완전히 옮기는 생존형 피보팅(Pivoting) 현상이다.

내수시장 축소 우려로 내수시장에 집중하던 기업들이 의약·바이오로 사업의 축을 옮기고 있다.(사진=뉴스1)
30일 업계에 따르면 유업계 맏형 격인 매일유업(267980)은 가장 발 빠르게 체질 개선에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매일유업의 유가공(우유, 분유 등) 매출은 8291억원, 성인 영양식 셀렉스와 식물성 음료 등이 포함된 기타 부문 매출은 5591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약 40.3%가 우유와 분유가 아닌 새로운 사업에서 나오고 있는 셈이다. 이는 단순한 사업 다각화를 넘어 주력 매출원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지표다.

매일유업은 기업부설연구소인 MIC 뉴트리션 연구소를 통해 환자식, 고령친화식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최근 소화가 잘되는 우유 단백질, 매일 바이오 프로틴 요거트 등 단백질 강화 제품을 연이어 내놓으며 성인 영양식 전문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경영권 분쟁 이후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는 남양유업(003920) 역시 핵심 승부처를 단백질 시장으로 정했다. 남양유업의 3분기 연구개발 실적을 보면 이 회사가 어디에 사활을 걸고 있는지 명확히 드러난다.

2022년 테이크핏 퓨어프로틴, 2023년 테이크핏 당케어에 이어, 올해 3분기에는 테이크핏 몬스터, 이정후 프로틴 등 타깃을 세분화한 단백질 신제품을 쏟아냈다.

우유류 매출 비중이 54.5%로 여전히 높지만, 분유 매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2030 세대를 겨냥한 트렌디한 단백질 브랜드 테이크핏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렌디한 패키지와 마케팅을 앞세운 테이크핏은 젊은 층의 호응을 얻으며 단백질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B2B(기업 간 거래) 중심의 단체 급식 사업에 주력하던 현대그린푸드(453340)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인 케어 푸드(Care Food) 영역을 장악하며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그린푸드는 스마트푸드센터를 통해 밀키트 및 케어푸드를 제조하는 기타 사업 부문(외식 포함)에서만 누적 233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약 13.4%에 달하는 규모다. 회사는 그리팅 Lab이라는 별도 연구 조직을 두고, 당뇨·암 환자용 식단부터 저당·저칼로리 식단까지 질환별 맞춤형 푸드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밥이 곧 보약’이라는 인식과 맞물려, 병원 밖에서도 체계적인 식단 관리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고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종합식품기업 대상은 아예 국내를 넘어 글로벌 의약 바이오 시장으로 직행했다. 먹거리의 기본인 소재 사업의 역량을 고부가가치 의약 영역으로 업그레이드한 승부수다.

대상(001680)은 최근 독일의 의약용 아미노산 전문기업 아미노 유한회사(AMINO GmbH) 지분 100%를 약 502억원에 인수했다. 아미노는 의료용 수액제와 환자식, 바이오 의약품용 세포배지 등에 필수적인 아미노산을 제조하는 기업이다. 이번 인수로 대상은 단순 식품 소재를 넘어 매년 10%씩 성장하는 글로벌 의약용 아미노산 시장에 진입하게 된다.

임정배 대상 대표는 “기존 소재 사업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의약 바이오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전략적 투자”라고 강조했다. 미원 등을 만들던 발효 기술 노하우를 이제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 소재 기술로 진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업계의 푸드 메디신 전환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선택”이라며 “식품과 의약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현상은 소비재 제품뿐만 아니라 원천 소재 분야까지 전방위적으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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