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가 문제 삼은 것은 미국 상장 자체가 아니라 2대 주주 TPG의 지분만 유동화하는 구조다. TPG는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지만 카카오모빌리티에는 신규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다. 반면 중복상장에 따른 기업가치 할인과 미국 증권법상 책임 부담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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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이사회는 전날 TPG 보유 지분을 기초로 한 카카오모빌리티 ADR 상장안에 반대했다.
TPG가 과반을 차지한 카카오모빌리티 주주가치제고위원회는 FI 투자금 회수 방안의 하나로 ADR을 검토해 지난 7월 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Form F-1을 비공개 제출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었다. 류긍선 대표는 지난 5월 SEC 등록·상장 신청에는 찬성했지만 모회사 주주환원 정책 협의 방식과 중복상장 규제, 상장 일정 등에 대해서는 반대표를 던졌다. 이후 6월 24일 위원회에서 물러났고, 위원회는 TPG 측 2명과 카카오 측 1명으로 재편됐다.
카카오는 특정 FI에 편익이 집중되는 반면 일반주주의 경제적 이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점 등을 반대 이유로 제시했다. 카카오와 카카오모빌리티 간 투자 수요 분산, 중복상장에 따른 순자산가치(NAV) 할인 가능성, 양사 주주 간 이해상충, 미국 증권법상 책임 부담 등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적분할 이후 주주가치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반주주의 경제적 편익’을 강조한 것은 주주 보호 의지를 시장에 환기하려는 메시지로도 읽힌다”고 말했다. 다만 카카오 관계자는 “인적분할과 이번 결정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美상장, 자금 조달이 있느냐 없느냐
상장을 통해 회사와 기존 주주에게 무엇이 남느냐가 관건이다. 미국 증시의 공시와 법적 책임을 감수하더라도 신규 자금 조달이나 글로벌 투자자 확대 등 편익이 있다면 상장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지난 7월 SK하이닉스는 자기신주를 기초로 ADR을 추가 상장해 약 265억달러(약 40조원)를 직접 조달했다. 회사가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면서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등 성장 투자에 활용할 재원을 마련한 것이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의 비상장 자회사로, 회사 신주가 아닌 TPG 구주만 유동화하는 구조여서 카카오모빌리티에 신규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다. 상장을 통해 확보되는 자금이 회사 성장에 투입되는 구조가 아니라 FI의 투자금 회수에 활용되는 셈이다.
미국 상장의 법적 부담도 변수다. 네이버 자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는 2024년 나스닥 상장 이후 기업공개(IPO) 증권신고서와 관련한 투자자 집단소송에 휘말렸고 회사와 이사진, 주관사 등이 피고가 됐다. 올해 7월 원칙적 합의에 도달했지만 이사진을 대상으로 한 주주대표 소송은 별도로 제기돼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실질적인 이익은 별로 없이 책임만 커지는 것이 주주에게 도움이 되겠느냐는 평가를 이사들이 결의에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미국 증권법상 부담과 주주 편익을 저울질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달라진 이사회 셈법
제도 변화도 이 같은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정 상법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뿐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고 전체 주주의 공평한 대우를 명문화했다. 중복상장 관련 제도 역시 모회사 이사회가 자회사 상장이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과 보호 방안을 검토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강화됐다.
이에 따라 자회사 상장을 둘러싼 이사회의 판단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처럼 자회사와 FI의 자금 회수만 볼 것이 아니라 모회사 일반주주의 실익과 기업가치 할인 가능성, 이해상충, 법적 책임까지 함께 따져야 하는 구조가 된 것이다.
비슷한 사례도 있다. LG CNS는 2025년 기업공개(IPO) 당시 맥쿼리PE의 구주 매출이 공모 물량의 절반을 차지했지만 신주 발행을 병행해 성장 자금을 조달했다. 자회사 상장이 FI의 엑시트에 그치는지, 아니면 회사의 성장 자금으로 이어지는지가 주주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 셈이다.
이번 카카오의 결정은 자회사 상장을 둘러싼 이사회의 판단 기준이 단순한 자금 조달이나 FI의 투자금 회수 여부를 넘어 모회사 일반주주에게 돌아가는 경제적 효과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도 볼 수 있다.
최 교수는 “앞으로는 계획대로 상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보장 조항을 FI들이 요구할 것”이라며 “위약벌 등 계약상 안전장치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자회사 상장을 둘러싼 기업과 FI 간 계약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FI 입장에서는 투자금 회수 경로를 확보해야 하지만, 모회사와 자회사 이사회는 해당 구조가 전체 주주의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자회사 상장이 주주가치를 높이는지는 ‘상장 여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누가 주식을 파는지, 회사에 신규 자금이 유입되는지, 상장 이후 기업가치와 주주구조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적·재무적 부담을 누가 감당하는지가 함께 따져봐야 할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09/PS2609230106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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