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새 유가 127% 치솟을 수도"…'호르무즈 봉쇄' 우려

성주원 기자I 2026.02.20 14:37:31

美-이란 긴장 고조…"호르무즈 해협 봉쇄시 유가 폭등"
세계 원유 4분의 1 통과하는 ‘에너지 길목’
이란, GPS 교란·드론 공격으로 혼란 가능
봉쇄시 이란도 타격…中 반발 가능성까지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격화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국제 에너지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6월 이란-이스라엘 분쟁 당시 원자재 분석 업체 케플러(Kpler)는 이란이 단 하루만 해협을 차단해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20~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국제 원유 가격 기준인 브렌트유는 연초 이후 평균 배럴당 66달러 수준이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 프로그램 협상 불응 시 이란을 공격하겠다는 위협을 이행할 경우 “전례 없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보복 카드 중 하나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거론된다.

세계 석유 무역의 핵심 해상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지도 (자료: 블룸버그)
세계 원유 4분의 1 통과…LNG 5분의 1도 여기로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인도양을 잇는 수로로, 북쪽에 이란, 남쪽에 아랍에미리트(UAE)와 오만이 접해 있다. 2025년 기준 하루 약 1670만 배럴의 원유와 초경질유(컨덴세이트)가 이 해협을 통과했다.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량의 약 5분의 1도 이 수로를 경유한다. 대부분 카타르산이다.

해협 길이는 약 161km, 가장 좁은 폭은 약 34km에 불과하고, 양방향 항로는 각각 3.2km다. 수심이 얕아 기뢰 공격에 취약하고, 이란 해안과 가까워 미사일·드론 공격 위험도 상존한다.

군함 없이도 혼란 가능…GPS 교란도 수단

이란이 해협을 완전히 봉쇄한 적은 없다. 서방 해군, 특히 미국의 강력한 대응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란은 군함 한 척 출항시키지 않고도 심각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소형 고속정을 이용한 선박 위협에서부터 미사일·드론을 이용한 유조선 공격, GPS 신호 교란까지 다양한 수단이 있다. 지난해 6월 이란-이스라엘 분쟁 때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수천 척의 선박이 항법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서의 통항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란은 1982년 협약에 서명했으나 의회 비준을 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 해군이 공개한 배포용 사진.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과 알레이버크급 유도미사일 구축함, 헨리 J. 카이저급 함대 보급유조선, 루이스 앤드 클라크급 건화물수송함 등이 아라비아해에서 대형을 이뤄 항해하고 있다. (사진=AFP, 미 해군)
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는 우회로 없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대안 파이프라인으로 일부 물량을 우회 수송할 수 있다. 사우디의 ‘동-서 파이프라인’은 하루 500만 배럴, UAE의 ‘하브샨-후자이라 파이프라인’은 하루 150만 배럴 수송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바레인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하지 않고는 원유를 수출할 방법이 없다. 이란 역시 자국 원유 수출을 위해 이 해협에 의존하며, 2025년 이란산 원유의 해협 통과량은 201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봉쇄 시 이란도 타격…미·이란 긴장은 현재진행형

해협 봉쇄는 이란 자신에게도 부메랑이 된다. 원유 수출길이 막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란산 원유 최대 구매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대이란 서방 제재를 막아온 중국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점도 이란에겐 부담이다.

미국은 최근 들어 자국 국적 선박에 이란 해역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통항하라고 권고했다. 이달 초에는 미 해군 F-35C 전투기가 USS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에 접근한 이란 드론을 격추하기도 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해당 드론이 공격적으로 접근했으며 의도가 불분명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12월 10일 호르무즈 해협에 위치한 이란 해안과 반다르아바스 항(Port of Bandar Abbas)을 상공에서 촬영한 모습. (사진=로이터)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