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출산 뒤에도 학업 이어 대학 진학 밀양서 부산 통학·미용실 일 병행해 취업까지 “청소년 임신·출산이 학업 중단으로 이어져선 안돼” 지원제도 몰라 사각지대 놓인 청소년 한부모도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엄마의 이름이 불리자 아이들이 먼저 신이 났다. 교육·취업 축하금을 받기 위해 엄마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 꽃다발과 장학금을 받아 들자 객석에 있던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엄마를 바라봤다. 행사가 끝나고 엄마가 자리로 돌아오자 한 아이는 꽃다발부터 받아 들었다. 자신의 품보다 큰 꽃다발을 가슴에 꼭 끌어안고 한동안 놓지 않았다. 그러다 옆에 있던 할머니에게 다시 꽃다발을 안겨줬다. 아이에게 이날 엄마는 누군가의 축하를 받는 자랑스러운 사람이었다.
(이미지=생성형AI 활용 제작)
3일 서울대교구청에서 성평등가족부와 천주교 서울대교구, 우리금융미래재단이 개최한 ‘청소년 미혼 한부모 장학·취업 축하 간담회’에서는 아이를 키우면서도 학교를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는 청소년 한부모들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이날 만난 엄마들의 사정은 서로 달랐지만 하고 싶은 말은 비슷했다.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학교와 자신의 미래까지 포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열여덟 살에 아이를 낳은 A씨도 그중 한 명이다. 출산 한 달 전까지 학교에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이를 직접 키우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확고했다. 출산으로 학업이 끊길 수도 있었지만 학교의 도움으로 대안학교로 옮겨 공부를 이어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대학 미용 관련 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A씨는 아침 7시30분께 경남 밀양 집을 나서 부산까지 기차를 타고 통학했다. 다시 지하철을 갈아타 학교에 도착해 수업을 들었다. 수업이 없는 날에는 미용실에서 일했다. 집에 돌아오면 오후 10시30분이었다. 학교와 일을 마치고 늦게 돌아오는 날이면 아이를 아침과 밤에만 볼 때도 있었다. A씨는 “힘들 때는 정말 힘들었죠. 그래도 후회는 없다”고 활짝 웃었다.
이날 만난 또 다른 청소년 한부모 B씨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학업 중단 문제를 꺼냈다. B씨는 미혼모 지원시설에서 생활할 당시 시설 안에 마련된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공부를 이어갔다. 그곳에는 자신처럼 임신과 출산으로 기존 학교생활을 계속하기 어려워진 학생들도 있었다. B씨는 “청소년이 임신하거나 아이를 낳게 되면 학교생활을 계속하기보다 학업 중단을 권유받는 경우가 더 많다”며 “한번 학교를 떠난 뒤에는 다시 학업으로 돌아오는 일이 쉽지 않다. 이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이라는 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를 돌봐줄 사람과 공부를 계속할 학교, 이후 진로와 취업까지 연결해주는 지원이 있다면 출산이 학업과 미래의 단절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성지(오른쪽부터) 성평등가족부 청소년가족정책실장과 원민경 장관, 구요비 천주교 서울대교구 총대리주교, 임종룡 우리금융미래재단 이사장이 청소년 미혼 한부모를 응원하고 있다. (사진=성평등가족부)
청소년 미혼 한부모는 약 2만명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통계는 없다. 임신·출산이 개인의 사적인 영역인 만큼 당사자가 지원체계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경우 정부가 직접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청소년 한부모 가운데는 시설에 입소해 지원을 받는 경우보다 가족이나 주변의 도움에 의지해 아이를 키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지원제도가 있어도 당사자가 정보를 접하지 못하면 제도 밖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여러분은 여러분의 세상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세상까지 만들어주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기여자라는 생각이 든다”며 “더 많은 이들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정부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엄마가 받아온 꽃다발을 가장 오래 품고 있던 것은 아이였다. 엄마의 입학과 취업은 결국 아이에게도 ‘자랑스러운 엄마’를 만들어주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