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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노동통계국(BLS) 통계를 인용한 건설 소프트웨어 업체 블루빔(Bluebeam)의 자료를 보면, 미국 건설업 종사자 가운데 여성 비중은 11.2%다. 숙련 기술직으로 좁히면 여성 비중은 4.3%로 떨어진다. 전기공과 배관공은 3%에도 못 미친다. 건설업 전체에서 여성이 이미 소수인데, 현장 기술을 직접 다루는 직종에서는 그 비중이 더 낮다는 뜻이다.
기업들이 여성 채용을 해법으로 꺼낸 배경에는 일할 사람이 부족한 현실이 있다. 용접과 전기, 배관처럼 숙련도가 필요한 직종은 신규 인력이 빨리 늘지 않는다. 채용 대상을 남성 중심에서 넓히지 않으면 인력난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WSJ는 이런 흐름 속에서 기업들이 여성이 일하기 편한 환경을 갖추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가장 먼저 손대는 부분은 기본 시설이다. 남성 근로자만 염두에 두고 지은 현장에는 여성용 화장실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가 많다. 기업들은 여성용 화장실을 따로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있다. 보호장비도 바꾸고 있다. 장갑, 안전화, 작업복 등 기존 장비는 대부분 남성의 체형에 맞춰 만들어져 여성이 입고 쓰기에 크기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장비 문제는 안전과도 직결된다. 2025년 SafetyRack 조사에서는 산업현장 여성 근로자의 5명 중 1명 이상이 몸에 맞지 않는 보호장비 때문에 다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장비가 몸에 맞지 않으면 작업 효율이 떨어질 뿐 아니라 부상 위험도 커진다. 여성 채용을 늘리려는 기업에는 여성용 장비 확충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제가 되고 있다.
괴롭힘 대응도 문화 개선의 핵심으로 꼽힌다. 기업들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을 신고하고 처리하는 절차를 정비하고 있다. 여성이 소수인 현장에서는 괴롭힘을 겪어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입사한 여성이 오래 일하지 못하고 떠나는 일이 잦았다는 점도 기업들이 제도 정비에 나선 이유로 풀이된다.
다만 숫자만 놓고 보면 갈 길은 멀다. 여성 비중이 4%대에 그치는 상황에서 화장실을 만들고 장비를 바꾼다고 인력난이 곧바로 풀리기는 어렵다. 그래도 기업들이 성별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미국 노동시장이 숙련 기술직 인력을 확보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여성 숙련공 비중이 얼마나 빠르게 늘지가 이 시도의 성과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건설·조선·전기 현장의 고령화와 인력난이 심각하고,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 커지고 있어 여성과 청년 인력을 끌어들이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현장 환경을 바꿔 인력 풀을 넓히려는 미국 기업들의 시도는 국내 산업계에도 참고가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