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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내 모든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고정금리를 2%대로 떨어뜨렸다. 국내외 경기 둔화 여파에 시장금리가 일제히 급락한 영향 때문이다.
◇농협은행 주담대 고정금리 2.57%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담대 취급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은 이번주 혼합형 주담대 금리(5년 고정금리·나머지 변동금리)를 2.59~4.09%로 인하했다. 지난주 대비 0.03%포인트 내린 수치다. 급여이체 신청 등 우대금리 요건을 다 맞추면 2.5%대 고정금리를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민은행 내부적으로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민은행뿐 아니다. 다른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도 2%대다. 이날 NH농협은행의 경우 2.57~3.98%로 책정했다. △신한은행(2.93~3.94%) △우리은행(2.78~3.78%) △KEB하나은행(2.90~4.00%) 등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변동금리도 낮아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번달 주담대 변동금리(신규취급액 기준)은 3.07~4.57%로 전월과 비교해 0.09%포인트 내렸다. 은행연합회가 매달 공시하는 코픽스금리(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떨어진 것을 반영했다. 코픽스금리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수신상품의 가중평균금리다.
△신한은행(3.30~4.55%) △우리은행(3.25~4.25%) △하나은행(2.96~4.06%) △농협은행(2.83~4.34%) 등도 주담대 변동금리를 3% 안팎 수준으로 점차 인하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4월 3% 미만 가계대출 비중은 34.2%를 기록했다. 2016년 12월(37.1%) 이후 최대치다.
◇시장금리 급락에 대출금리도 영향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떨어뜨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외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은행권 대출상품과 연동돼 있는 채권금리가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채권시장에 따르면 이날 3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1.720%에 마감했다. 2016년 11월11일(1.698%) 이후 2년7개월 만에 가장 낮다. 지난달 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인하 소수의견(조동철 금통위원)이 등장하면서, 기준금리(1.75%)보다 더 낮아졌다. 지난달 31일 하루 만에 1.776%에서 1.721%로 떨어졌다. 주담대 고정금리와 연동돼 있는 5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1.762%로 하락했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1.9% 중반대였는데, 한 달도 안 돼 1.7% 중반대로 급락했다. 채권시장 한 인사는 “5년물 금리는 2016년 중반께 1.3%대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며 “당분간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나라 밖 미국의 채권금리가 연일 급락세인 점도 한 요인이다. 간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는 1.8317%를 기록했다. 2017년 말 이후 최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인하 전망마저 나온데 따른 것이다. 제임스 블라드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이 조만간 금리를 하향 조정하는 게 정당화될 수도 있다”고 공식석상에서 언급했다.
국내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거나 혹은 인하 전망이 계속된다면 대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도 당분간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