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컨펌" 김범수 궁지 몬 진술, 법원 판단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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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지 기자I 2025.10.21 15:55:14

檢 별건 수사 관행 지적한 재판부
“이준호, 별건 수사에 극심한 압박…결국 허위진술”
“수사 주체 어디가 되든 지양돼야”

[이데일리 정윤지 기자] SM엔터테인먼트(SM) 시세조종 의혹을 받아온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현 카카오 이니셔티브센터장)가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검찰이 중형을 구형한 상황에서 이를 뒤집은 가장 결정적 대목은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검찰이 별건수사를 통해 강압수사를 벌여 허위진술이 나왔고, 여기서 파생된 증거로 김 센터장의 혐의를 입증할 순 없다는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공모 의혹을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재판장)는 21일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센터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이사,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대표, 강호중 전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원아시아파트너스 법인 모두에 대해 각 무죄를 선고했다.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이사의 횡령, 배임 혐의에 대해서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를 마치며 이례적으로 검찰의 수사 행태를 비판했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과 별다른 관련성이 없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해서 피의자나 관련자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진술을 얻어내는 수사 방식은 이 사건에서처럼 진실을 왜곡하는 부당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그 수사 주체가 어디가 되든 재판부는 (이 점이) 지양됐으면 좋겠다”고 검찰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전 부문장의 진술이 없었다면 피고인들이 이 자리에 있지도, 일부 피고인은 구속되지도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데 이 전 부문장은 이 건은 물론 별건 수사 과정에서 극심한 압박을 받아 사실과 다른 허위 진술을 했고 그것이 이 결과에 이르렀다고 보인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핵심 증거인 이 전 부문장 진술 대부분을 허위라고 판단했다. 이 전 부문장의 진술은 일관되지 않고, 객관적 증거도 아닐 뿐더러 실제 상황과도 달랐다는 것이다.

이 전 부문장은 조사에서 김 센터장이 주가 조작을 승인했다는 취지로 진술했고, 이를 근거로 김 센터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이 전 부문장이 별건으로 여러 수사를 받았고, 배우자에 대한 수사까지 이어지면서 극심한 심리적 압박을 받은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그래픽=문승용 기자)
재판부는 “(이 전 부문장은) 종국 목표가 김 센터장임을 인식하고 그에 부합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면 자신에 대한 수사가 종결되거나 불기소될 것을 기대했다”며 “당초 금융감독원과 검찰에서 수사할 때는 (혐의를) 부인해 왔지만 별건 관련 압수수색 이후부터 기존 진술을 번복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했다.

실제 이 전 부문장은 ‘SM 시세 조종 관련 브라이언(김범수)의 컨펌을 받았다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로 증언한 뒤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 제도를 신청했고, 이 사건에서 불기소(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이 외에도 재판부는 카카오와 원아시아파트너스의 SM 주식 매매 양태에 SM 시세를 조종하려는 목적이 없다고 봤다. 주식 공개매수 기간 중 대규모 장내 매수 행위가 시세 영향을 끼쳤다는 점 만으로는 시세조종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매수 주문 비율, 시간 간격 등을 종합했을 때 시세조종성 주문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이날 무죄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오랜 시간 꼼꼼히 잘 챙겨봐 주시고 이와 같은 결론에 이르게 해 준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그동안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 조작과 시세 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앞서 검찰은 피고인들이 2023년 2월 SM 인수 과정에서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12만원)보다 높게 고정하고자 시세를 조종했다고 의심했다. 지난해 8월 김 센터장을 구속기소한 검찰은 지난 8월 결심공판에서 그에게 양형 기준상 최고형인 징역 1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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