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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짜장면값이 식비의 지표라면, 외국은 ‘빅맥지수’가 통용된다. 하지만 빅맥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잘 먹지 않기에, 맥도날드 다음으로 보편적으로 널린 노란 간판의 테이크아웃(take-out) 중국음식점의 ‘런치스페셜’로 물가를 가늠한다. 마침 미국을 갈 때마다 묵는 어머니의 아파트 옆 건물에 그런 중국음식점이 있었다. 몇 개월마다 오르는 가격에 눈을 의심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제너럴 쏘스 치킨’(General Tso’s Chicken)이 분명 몇 년 전 $5.75이었는데, 갈 때마다 $6.25, $6.75, $7.50로 스멀스멀 오르더니 가장 최근에 갔을 때 급기야는 $9.50라는 믿을 수 없는 가격을 목격하고 말았다.
마약, 정확히는 마리화나 냄새 또한 큰 문제다. 뉴욕에서 대학교를 다닐 때 아주 이따금 풍기던 마리화나 특유의 퀘퀘하고 불쾌한 냄새가 이제는 맨하탄의 애비뉴(avenue·남북으로 길게 뻗은 거리)나 스트릿(동서를 가로지르는 거리)을 불문하고 어디서나 쉽게 맡을 수 있다. 물론 마리화나든 펜타닐이든 마약류에 찌들어서 거리를 배회하는 ‘약쟁이’들이 거리에 늘어난 것 또한 말할 필요조차 없다.
이렇듯 미국은 경제적으로는 인플레이션, 그리고 사회 내부적으로는 마약 문제가 겹치며 외적 내적으로 병들어 곪아가고 있다. 냉전의 종지부를 기점으로 세계 제 1위 초강대국이 된 미국이 불과 그 전성기를 반세기도 누리지 못한 채 어쩌다가 이렇게 추락하고 있는 것인가?
이 칼럼에서 ‘팍스 아메리카나’, 즉 미국에 의한 평화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이데일리 ‘서형민의 동거동락: 친해하는 트럼프 씨에게 上 ’, 2025년 6월 26일자) 나는 미국을 “지정학적으로 태생적으로도 크나큰 복을 받은 나라”라고 지칭했다. 그도 그럴 것이 1620년 청교도들을 시작으로 유럽인들이 대서양을 건너 북아메리카 대륙을 점거하기 시작했을 때, 그들의 앞을 가로막는 자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밖에 없었고, 그나마 그들은 단일된 세력이 아닌 부족별로 분열되어 있었기에 초기 미국인들이 각개격파나 회유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그렇게 미국인들은 대서양부터 태평양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를 차지했다.
나라가 부강하기 위해서는 드넓은 영토가 전부가 아님을 우리는 몽골 제국이나 러시아 제국의 예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옛날 로마 제국의 예를 답습했다. 바로 열린 국경을 통해 그들의 드넓은 영토를 기존 유럽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이주민들로 채워넣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흑인같은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은 20세기 들어서나 사회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옅어지기 시작했지만, 어찌 됐든 미국이라는 나라는 화합과 융화를 전제로 급격히 성장했다. 어찌 보면 화합과 융화는 미국의 ‘core value’, 핵심 가치임이 틀림없다.
이 핵심 가치를 미국이 저버리기 시작했다. 바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부터다. 트럼프는 Make America Great Again 이라는 슬로건 하에 급격한 반이민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는 정말로 그가 공언했던 멕시코 국경에 긴 장벽을 중국의 만리장성처럼 건설했고, 불법 체류자의 단속과 추방을 전례없이 강화했다. 그는 미국인들끼리‘만’ 뭉쳐야 된다고 역설했는데, 이는 미국의 건국 이래 가장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정책임이 틀림없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가 전체적으로 국경을 ‘닫힌 국경’이 아닌 ‘열린 국경’으로 취급하며 글로벌화를 제창하고 있는 현시대에 트럼프의 정책은 시대역행적일 뿐만이 아니라 미국이 지금까지 추구해왔던 가치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그림이다.
역사는 반복한다고 한다. 미국 극우세력이 열렬히 지지하는 트럼프가 걷고자 하는 길은 예전에도 수차례 목격된 적이 있다. 몇몇 나라가 극우세력이 득세하여 다른 민족이나 인종을 핍박하고 (때로는 말살까지 하며) 차별과 증오를 기반으로 자국 민중을 선동한 예는 필연적으로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반면교사(反面敎師). 타인의 잘못을 보고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교훈을 얻는다는 사자성어이다. 우리나라는 하루하루 몰락해가는 미국의 (정확히 말하자면 트럼프 행정부 1,2기의) 행보를 보고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우리 ‘편’만을 위한다는 배타적인 분위기는 결국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장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협치와 상생을 추구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정치판은 여-야를 불문하고 정쟁에만 여념하고 있는 듯 보인다. 대통령을 제외한 여-야 정치인들은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만 몰두하고 있다. 정치인은 국민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자들이다. 국민을 편가르고 선동하는 것은 그만하고, 정말로 민생과 화합을 위한 정치를 이제는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
◇ 서형민 피아니스트=베토벤 국제콩쿠르 우승자 출신으로 글로벌 활동을 하는 국내 손꼽히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다. 서형민 피아니스트는 각국을 오가면서 다문화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필요하다고 인식해 다문화와 관련된 글로 ‘동거동락’(同居同樂)이라는 미래를 함께 꿈꾸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