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는 던지고, 野는 받아치고...대통령 '하야설'의 정치학

이준기 기자I 2017.02.23 16:31:45

朴측 "지지층 결집 원하는 與-탄핵 기정사실화하려는 野"
"더는 '수세적 스탠스' 없다..강 대 강 대결 피하지 않을 것"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심판이 플레이볼을 선언하지 않았는데, 투수(범 여권)는 던지고 타자(야권)는 받아치는 형국이다.” 연일 제기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결정전 하야설에 대한 한 정치권 인사의 관전평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이 임박하면서 정치권, 특히 범(凡) 여권은 이른바 박근혜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론’을 연일 띄우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 “대통령을 몰라도 한참 모르고 떠드는 것”이라며 ‘실익’과 ‘명분’이 없다는 점을 들어 거듭 일축하고 있지만, 전혀 시들 기미가 없다. 범 여권은 박 대통령의 하야를 고리로 보수 지지층 결집을 꾀하고, 야권은 하야설 자체가 ‘탄핵 인용(찬성)’의 기정사실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는 만큼 연일 하야설을 두고 설왕설래하는 형국이다. 하야와 탄핵을 놓고 여와 야, 청와대가 정치공학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여야 “하야설, 나쁠 게 없다”..합작품?

하야설의 진원은 범여권 내부지만, 야권 역시 하야설 부각은 ‘나쁠 게 없다’는 모습이다. 범여권은 겉으로는 헌재의 탄핵심판이 어느 쪽으로 결론 나건 ‘국론분열’과 ‘국가불안’이 불가피한 만큼 박 대통령이 ‘대통합’을 위해서라도 ‘하야 결단’을 내려달라고 강조한다. 이미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질서있는 하야론’에 대해 교감했다고 한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외에 대선주자들이 ‘도토리 키재기’ 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하야를 고리로 보수 지지층을 결집해 향후 대선에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속내가 깔렸다는 것이다.

나아가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란 오명을 쓰느니 하야를 선택하는 쪽이 최소한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는 주장도 내놓는다. 실제 법조계 일각에선 대통령의 하야가 현실화한다면 탄핵심판은 ‘각하’로 귀결될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여기에 탄핵 시 없어지는 연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솔깃한 제안까지 나돈다. 야권은 ‘대통령이 하야해도 법적 책임은 피할 수 없다’면서도 “대통령이 (탄핵 결정) 하루 이틀 전 하야할 가능성이 있다”(국회 탄핵소추위원단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며 거드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 측 내부에서 하야를 고리로 득을 보려는 여권과 탄핵 인용(찬성)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야권의 ‘합작품’이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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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승부 걸 때“..하야설 선 긋기


박 대통령 측은 “언급할 만한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전날(22일) 법률대리인단이 국회 탄핵소추의 절차적인 하자를 들어 헌재에 탄핵심판의 공정성 시비를 건 것을 두고 야권은 ‘하야’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는 데, 이를 두고 ‘하야 시나리오’니 뭐니 운운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반발했다. 범여권을 향해서도 “박 대통령 때문에 ‘배지’를 단 사람들이 스스로 마땅한 대선주자 하나 내지 못하면서, 인제 와서 박 대통령을 또다시 이용하려는 건 배은망덕한 자세”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박 대통령 측이 강경 대응에 나선 건 아직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 참모는 “인용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헌재가 ‘여론’에 휘둘리지 않고 법리적으로만 판단한다면 ‘돈 한 푼’ 받지 않은 대통령을 내려 앉힐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다른 참모는 “이른바 ‘샤이 보수층’이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고 있다”며 “태극기집회를 보면 이미 여론도 ‘5 대 5’로 갈린 상태”라고 ‘기각’을 자신했다. 실제 여권의 한 관계자는 “보수층 결집을 위해선 하야보다는 ‘여론의 희생양’으로 몰아갈 수 있는 탄핵 기각을 통한 ‘피해자 코스프레’가 낫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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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적 스탠스는 독(毒)..‘강 대 강’ 돌파”


무엇보다 박 대통령의 안위를 보장할 정치권의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 박 대통령 측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유력 대선주자로 부각될 경우 ‘정치적 이면합의’를 통해 후일을 기약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미 반 전 총장은 대선을 포기했고, 소위 ‘빅딜’을 주고받을 범여권 내 주자들은 전무한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설사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안희정 충남지사 등 야권 유력주자들이 ‘빅딜’에 나선다 해도, 하야 이후 성난 민심을 ‘나 몰라라’ 할 수 있을까. 그들 모두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간 ‘박 대통령이 수세적 스탠스를 취할 때마다 당했다’는 인식도 이런 관측을 부추긴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문건유출 파문으로 ‘최순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된 건 다름 아닌 ‘박 대통령의 1차 대국민담화’ 때문”이라며 “당시 1차 담화 직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쳤고 청와대는 물론 정권 자체가 ‘사상누각’처럼 단숨에 무너져 내렸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또다시 ‘하야’를 선택하는 수세적 스탠스를 취한다면 오히려 향후 ‘검찰 구속’ 등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박 대통령 측의 전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말 정치권을 향해 ‘차라리 탄핵하라’고 한 건 하야가 헌법에 위배되는 사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만약 인용이 기정사실로 되더라도 박 대통령은 ‘강 대 강’의 대결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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