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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회화의 본질에 대한 오래된 질문에서 출발한다. 1905년 폴 세잔은 동료 화가 에밀 베르나르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는 회화에서의 진실을 당신에게 말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말하겠습니다”라고 썼다. 세잔이 말한 회화의 ‘진실’은 외부 세계를 정확히 복제하겠다는 약속이 아니었다. 색과 형태, 붓질, 화면의 구조가 맺는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무언가였다.
고도화된 기술로 이미지가 과잉 생산되고 복제의 속도가 가속화되는 오늘날, 회화는 여전히 그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을까. 김둥지의 개인전 《좋은 파란색 찾기》는 이 질문을 동시대적 조건 안에서 이어간다.
김둥지 작가는 사진이나 영상, 사전 스케치 등 외부 이미지를 일절 참고하지 않는 방식으로 작업해왔다. 그는 이를 “나와 캔버스의 표면 사이를 완전한 진공 상태로 만든다”고 표현한다. 외부 이미지를 차단하고 화면을 오직 그리는 행위의 장으로 남기려는 선택이다.
덧바르고 지우는 반복 속에서 형상은 생성되거나 사라진다. 새, 생선, 버섯, 나무, 산과 같은 이미지들은 특정 대상을 정확히 재현한 결과라기보다, 수정과 선택의 과정을 거쳐 남은 구조에 가깝다. 화면은 하나의 장면을 설명하는 대신 그리는 시간과 감각이 축적되며 형성된다. 여러 겹으로 쌓인 두터운 표면은 이러한 과정을 물질적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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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파란색은 단일한 색조가 아니라 물질과 시간이 축적된 상태로 나타난다. 작가가 언급하듯 ‘좋은 파란색 찾기’라는 제목은 엄밀히 보면 쉽게 성립하기 어려운 문장이다. 무엇이 ‘좋은’지, 무엇을 ‘파란색’이라 규정할 수 있는지 명확한 기준은 없다. 그럼에도 ‘찾기’라는 동사는 완성된 결과보다 과정을 전면에 둔다.
전시에는 형상이 비교적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작업과 거의 단색에 가까운 파란 화면이 함께 놓인다. 이러한 구성은 형상과 색, 재현과 물질 사이의 긴장을 병치한다. 형상이 남아 있는 화면에서는 세계와의 관계가 암시되고, 단색에 가까운 화면에서는 붓질의 흔적과 표면의 밀도가 전면에 드러난다. 두 유형의 작업은 서로 다른 형식을 취하지만, 화면 안에서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묻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연결된다.
정형섭 워크스워크스는 대표 “김둥지 작가의 작업은 회화가 여전히 물질과 신체, 반복된 행위의 시간을 통해 진실에 접근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파란색이라는 제한된 조건 안에서 그리는 행위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이번 전시는 회화가 오늘의 조건 안에서도 스스로를 성립시키며 지속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부 서양화를 전공했으며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2025년 갤러리 호호(好好)에서 제3회 개인전, 갤러리 STAN에서 제2회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도쿄 파르코 박물관(Parco Museum Tokyo) 단체전 《TWISTED》(2024), 《새의 선물; 별관 기금마련전》 별관(2026)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전시는 서울 강남구 학동로56길 43 지하 1층 갤러리 워크스워크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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