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에 두 번째 기회 줘야”…피해자는 분노

강소영 기자I 2026.02.12 12:37:00

8년 만에 박정현 부여군수 출판기념식서 얼굴 비춰
성폭력 피해자 “시간 지나도 범죄 사실 달라지지 않아”
하태경 보험연수원장 “시민으로서의 기회는 줘야”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복역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8년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가운데 여성단체 등은 이에 대한 분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일각에선 “두 번째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7일 충남 부여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박정현 부여군수의 변방에서 부는 바람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왼쪽). (사진=페이스북 캡처)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건이 발생한 지 8년,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7년이 지났지만 안 전 지사가 언론에 등장하자 여성단체의 비난이 다시 쏟아지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 원장은 “그는 3년 6개월의 수형 생활을 했고 총 7년 동안 사실상 두문불출한 사람”이라며 “공직 출마나 임명이 아닌 사적 친분이 있는 인사의 행사에 참여한 지극히 시민적인 활동만으로 지탄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태경 보험연수원장. (사진=뉴시스)
그는 “이는 일상적인 시민권마저 안희정에게는 영구히 박탈돼야 한다는 인식에 기반한 것”이라며 “정치인 안희정은 물론 시민 안희정에게도 두 번째 기회를 줄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치국가의 근본 지향은 두 번째 기회를 주는 데 있고, 이것이 정의와 인권 보호의 가치를 실현하는 원칙”이라며 “적어도 누구나 일상적으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시민권은 두 번째 기회를 부여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성 단체의 비판과 관련해선 “여성단체가 지향하는 성평등의 원칙 역시 법치국가로서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정의와 인권 보호의 원칙 안에서 지켜질 필요가 있다”며 “안 전 지사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이미 졌다. 개인적 관계에서 도리를 하는 것과 공적 정치행위는 분리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안 전 지사는 지난 7일 충남 부여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박정현 부여군수의 ‘변방에서 부는 바람’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수행비서를 여러 차례 성폭행 및 성추행한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의 형을 선고받고 2022년 8월 만기 출소했다. 그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출소 후 10년 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박 군수는 안 전 지사가 충남도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정무부지사를 지낸 인연이 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행사장 객석 첫 줄에 앉아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박 군수는 안 전 지사를 향해 “사실상 나를 정치하게 만든 사람”이라며 “비난을 받을 수도 있을 텐데 행사에 와줘 고맙고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나를 키운 사람으로서 격려하기 위해 온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박 군수의 충남·대전 통합특별시장 출마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정계를 떠나 두문불출했던 그가 8년 만의 공식 석상에 등장한 것은 일말의 정치적 목적이 있는 행보가 아니나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여성 단체 및 피해자 김지은 씨는 이러한 안 전 지사의 행보에 분노를 나타냈다.

대전여성단체연합은 성명을 내고 “성폭력 가해자의 공적·정치적 활동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성폭력 피해자의 고통과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공적 공간에 복귀하려는 시도는 우리 사회가 어렵게 쌓아온 성폭력 인식과 책임 기준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씨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안 전 지사는) 법원을 통해 권력형 성폭력 범죄가 명백히 인정된 사람”이라며 “시간이 지나도 이 사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안 전 지사가) 정계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영향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