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철강·화학·통신·유통업계 불문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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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퇴직금 외에 근속 및 정년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최대 3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위로금과 최대 2년치 자녀 학자금 등을 지급한다. 지난해 LG전자 국내 정규직 직원 가운데 50세 이상 직원 수는 7025명이다. 2022년에 비해 50대 이상 직원 수는 약 22% 넘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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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계에서 전사적인 희망퇴직에 나서는 건 최근 중국의 저가 공세로 가격 경쟁이 심화하고, 미국 관세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등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외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 감축을 하는 동시에, 신규 채용을 줄이고 경력 직원을 선호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말했다.
불경기가 이어지고 있는 철강·화학 업계도 희망퇴직 한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대제철은 경북 포항공장 기술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지난 8월 희망퇴직을 받았다. 1년 월정급여에서 정년까지 잔여 근속기간의 50%(최대 3년)에 해당하는 기간을 곱한 금액을 위로금으로 지급한다.
LG화학은 대산공장과 여수공장에서 생산직과 사무직을 가리지 않고 58세 이상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받는다. 정년 기간까지 급여 보전 및 자녀 대학 등록금을 지원한다. 대한화섬은 만 50세 이상 또는 근속 10년 이상 직원 퇴직 시 최소 6개월분에서 최대 24개월분의 위로금을 지급한다.
통신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최근 인공지능(AI) 사업 총괄을 위해 구성한 사내회사(CIC)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 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AI 역량을 보유한 구성원들을 재배치하는데 소속이 바뀌어 원치 않는 경우 특별 퇴직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LG유플러스는 만 50세 이상, 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 희망퇴직 시 최대 4억~5억원대의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 지원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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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는 희망퇴직 대상 연령이 다소 낮아진 게 특징이다. 롯데그룹 계열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사원급의 경우 만 40세 이상 또는 해당 직급에서 8년 이상 재직자, 간부사원은 만 45세 이상 또는 10년차 이상 근무자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10월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 제도를 시행한 데 이어 1년 만에 두 번째 접수를 실시하게 됐다. LG생활건강은 면세점, 백화점 등에서 근무하는 판매판촉직을 대상으로 한다. 뷰티사업부 소속 판매판촉강사직 BA·BC·ES 정규직으로 만 35세 이상, 1990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다.
매년 연말 기업들의 희망퇴직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왔지만 올해는 한미 통상협상 리스크와 고환율 등 기업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하며 전방위적인 ‘칼바람’이 불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점점 대기업 직원 연령대가 높아지며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것도 주된 이유다. 실제 정년 60세 법제화 이후 대기업 정규직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대기업 정규직 내 55~59세 고령자 고용은 492.6% 증가했지만, 23~27세 청년 고용은 1.8% 줄었다.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의 경우 고령자 고용이 777%나 늘어난 반면 청년 고용은 같은 기간 1.8% 감소했다.
경총 관계자는 “전 세대의 고용 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령자에게 일할 기회를 보장하면서 청년고용 위축을 최소화할 수 있는 ‘퇴직 후 재고용’ 같은 방안을 우선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