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투자계약, 글로벌 스탠다드로"…韓 거버넌스 구조 한계 드러나

송재민 기자I 2025.09.18 16:45:12

개별동의권 구조, 스타트업 의사결정 ''발목''
미국·싱가포르 등 글로벌 스탠다드 어긋나
"다운라운드에 대한 유연한 판단 가능해야"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스타트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투자계약상 ‘경영상 동의권’이 글로벌 스탠다드와 괴리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별 투자자의 비토권 구조가 자금 조달과 의사결정을 가로막으면서 청산까지 몰아가는 사례가 반복되자, 집합적 동의권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8일 서울 강남구 디캠프 선릉에서 열린 ‘투자계약과 경영 거버넌스의 미래’ 세미나에서 김성훈 한국벤처투자법학회 회장인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송재민 기자)
18일 서울 강남구 디캠프 선릉에서 열린 ‘투자계약과 경영 거버넌스의 미래’ 세미나에서 한국벤처투자법학회 회장인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는 “현재 한국의 투자계약 구조가 글로벌 스탠다드와 어긋나 있으며, 이로 인해 스타트업 생태계가 불필요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투자계약이 개별 투자자별 ‘비토권’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리즈B 이후 투자자가 10곳, 20곳 이상으로 늘어나는 경우 한두 곳의 반대만으로도 신규 투자 유치나 다운라운드 조정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 현장에서 대다수의 투자자가 투자기업의 밸류에이션을 낮춰서 다음 투자를 유치하는 데에 동의했음에도, 소수 투자자의 반대로 자금 조달이 무산돼 결국 청산으로 이어진 사례가 수없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미국·싱가포르 등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동의 대상은 유사하지만 동의 주체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는 주주 간 계약서에 따라 리드 투자자나 투자자 지분 과반의 동의만으로 주요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반면 한국은 개별 투자자 모두가 동의해야 하므로 유연한 거버넌스가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 변호사는 특히 최근 고금리 환경 속에서 빈번히 나타난 다운라운드에서 이 같은 문제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인정하는 의사결정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회사를 살리는 데 꼭 필요한 선택일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단일 투자자의 반대 때문에 전체가 무너지는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 개정 없이도 시장 참여자 간 합의와 정책금융기관의 리더십으로 충분히 구조 개선이 가능하다”며 집합적 동의권으로의 전환과 더불어 “투자계약 표준안과 사전 동의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개별 펀드의 손실 회피보다는 스타트업 전체와 투자자 모두의 생존을 위한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며 “이제는 갈라파고식 계약 관행에서 벗어나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지배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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