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치심의 역사’는 박정민이 여섯 살 때 청주 이모집에서 겪은 일화로 시작한다. 이모들로부터 “오백원 줄 테니까 춤 한번 춰봐라”라는 제안을 받은 것. 박정민은 “사고와 지능이 채 완성되지 않은 여섯살의 나는 그 자리에 우뚝 설 수밖에 없었다”며 “6년의 삶 중에서 가장 큰 고민에 봉착하는 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고민 끝에 박정민이 춘 춤은 ‘개다리춤’. 문제는 개다리춤을 멋있게 끝낼 동작을 모른다는 것이었다. “나의 개다리춤은 참으로 형편없고 단조로웠다. (…) 이모들의 웃음은 점점 잦아들었고 흔들의자에 앉아 있던 이모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박정민은 이때의 기억을 “인생 처음으로 수치심이라는 것이 찾아왔다”고 떠올린다.
“다시는 누군가의 앞에서 춤을 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박정민은 그러나 고등학교 1학년 때 다시 한 번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춘다. “좀 놀 줄 아는 놈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사춘기 시절, 친구와 함께 학교 장기자랑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멋진 피날레를 완성시키지 못한 박정민은 “잊고 살았던 수치심”과 다시 마주한다.
남들에겐 웃음으로 다가오는 에피소드를 통해 박정민은 수치심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지탱해왔는지 이야기한다. “남들 앞에 서는 직업”인 배우로서 수치심과 비웃음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모순적이어서 내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는 솔직한 고백도 전한다.
“난 내일도 남 신경을 쓸 것이다. 모두를 만족시키겠다는 불가능의 벽에 또 부딪히고 거듭 좌절하고 다시 일어날 것이다. 징글징글한 집착으로 하루를 채울 것이다. / 편히 자기 위해서, 편히 꿈꾸기 위해서.” 박정민의 산문은 이렇게 끝맺는다. 화려한 배우 이면에 감춰진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글이다.
|
계간 창작과비평 2025년 겨울호는 우리 시의 성취 속에서 새로운 ‘세상 만들기’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는 창작란과 비평란, 작가조명 등을 함께 담았다. 기획연재 ‘K담론을 모색한다’는 ‘전태일평전’의 저자이자 굵직한 국가폭력 대으소송을 이끈 고(故) 조영래의 실천과 사상을 살펴본다. 극우현상을 다룬 대담도 함께 실었다. 백수란, 김세희, 이선진, 이주혜, 천운영 작가의 소설, 김뉘연, 김사인, 김현, 박소란 시인의 시도 수록했다.



![“명품인 줄” 이부진, 아들 졸업식서 든 가방…어디 거지?[누구템]](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2/PS26021100594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