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논술 집단소송 모집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쓴 작성자는 “학교 측이 의미 없는 해결책을 내놓음에 따라 자연계열 수리논술 재시험을 위한 집단 소송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험생·학부모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오픈채팅방 링크도 공유했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논술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시험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하겠다는 계획이다.
연세대 자연계열 논술시험을 봤다는 20대 대학생 작성자 A씨는 이날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연세대 논술시험 응시를 인증하고 소송에 참여하겠다고 모인 사람이 현재까지 45명”이라고 밝혔다. 모두 자연계열 논술시험 응시자로 이 중 20명은 고등학생, 나머지는 학부모와 대학생이다. 일부 고등학생은 소송 의사는 있으나 비용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소송의 목표는 연세대 논술시험 합격자 발표 전 논술시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받는 것이다. 또 논술시험 자체를 무효로 하는 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A씨는 “입시 특성상 합격자 발표가 나면 되돌리기 어렵다”며 “연세대 논술 전형은 대체로 수능 다음 날 합격자를 발표하기 때문에 시간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빠르게 가처분 신청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수능은 11월 14일 치러진다. A씨는 이번주 안에 법률대리인 선임을 마치고 서둘러 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다.
지난 12일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한 고사장에서 시험 시작 시간보다 약 1시간 전에 문제지를 나눠주는 사고가 발생했다. 문제지를 회수한 뒤에 온라인 상 문제에 나온 도형을 묘사하는 글이 올라오면서 사전 유출 논란이 일었다. 시험 이후 온라인 상엔 수험생들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문제지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연세대는 ‘일부 고사장에서 문제지를 미리 배부한 것은 감독관 실수가 맞지만 유출과 같은 부정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험 중 휴대전화 사용은 엄격히 금지했기 때문에 휴대전화를 이용해 부정행위를 저지른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문제지 사진들은 시험이 끝난 뒤 관리감독이 소홀해진 틈을 타 일부 수험생들이 촬영한 것으로 파악했다. 연세대는 필기 내용을 바탕으로 사진을 올린 수험생을 특정했다.
수험생들은 문제지 촬영 여부가 아니라 일부 고사장에서 문제지를 먼저 나눠준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감독관 실수로 일부 수험생이 시험 시작 전에 문제지를 훑어볼 수 있었던 것 자체가 공정성을 훼손했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사용 관리가 철저하지 않았다는 증언도 잇따른다. 한 수험생은 전날 온라인 커뮤니티에 시험 답안지 위에 놓인 수험표와 주민등록증 사진을 올리며 “논술 본 거 인증하려고 찍은 사진인데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는데도 제지 안 했다”고 올렸다.
연세대는 전날 신원이 특정된 수험생 2명과 불상자 4명 등 총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 서대문경찰서에 고발했다.
연세대는 관리·감독상의 실수가 있었으나 시험 문제가 사전에 유출된 객관적인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재시험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