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동대문구 글로벌지식협력단지에서 열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60주년 기념 간담회’에 참석한 경제원로들은 ‘행정의 정치화’를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한 극단적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대통령도 직접 법안 통과를 위한 야당 설득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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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대통령 시절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을 지낸 강경식 전 부총리는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정부정책의)집행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런 상태에서 과연 무슨 안이 나오더라도 제대로 시행될 것인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다. 지켜가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실제 정부여당의 정책 대부분은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추진했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정 역시 민주당의 ‘부자감세 프레임’에 막혀 실패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이 모두 77건인데 1건도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강 전 부총리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통령도 야당을 설득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 레이건이나 오바마 대통령은 많은 시간을 정부가 추진하는 법안을 의회가 통과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야당의원을 1대1로 만나 설득했다“며 “내년 총선까지는 우리나라도 그런식의 현실적으로 설득을 하는 노력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공일 전 재무부장관은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이 제7차(1992~1997년)를 끝으로 중단된 것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는 것과 상관 없이 경제개발 장기계획은 실행돼야 한다“며 ”특히 정치권과의 소통, 국민과의 언론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도 목소리를 냈다.
이날 행사에는 역대 부총리·장관 24명, 역대 KDI 원장 6명 등 30명의 경제원로 등이 참석해 추 부총리에게 2시간 가까이 조언을 했다. 이들은 현재 물가안정과 경기 활성화를 동시에 해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규제개혁 및 공공부문 개혁을 강조했다. 또 기술개발, 노동개혁, 교육개혁 등에 대한 관심 확대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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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野 증권거래세 인하 요구, 진정성 의문”
간담회 후 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야당과 충돌하고 있는 금융투자세(금투세)에 대해 언급했다. 정부와 여당은 증권시장 안정 등 위해 금투세 도입을 내년에서 2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야당이 반대하고 있다. 원로들이 지적한 ‘여소야대 국면에서의 집행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추 부총리는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0.23%에서 0.20%으로 벌써 인하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며 “더 나가서 0.15%까지 하는 것은, 사실 어떻게 보면 (야당이) 금투세 유예에 관해서 전향적으로 과연 진정성 있게 동의를 하면서 제시를 하고 있는지도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또 “세수 감소가 우려된다며 정부 세제개편안을 비판한 야당이 갑자기 1조원 이상 세수 감소안을 제시하는 것이 합당한 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공개적인 야당 비판을 아껴온 추 부총리의 보기 드문 강경발언이다.
또 추 부총리는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다주택 중과제도 폐지 등 종부세 개정 관련 내용도 정부 원안대로 통과 시켜줄 것을 야당에 요구했다. 민주당은 종부세 개편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으나 다주택 중과제도 도입 및 최고세율 인상 모두 문재인 정부 시절 도입된 것이기에 반대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민주당은 올해 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되기 전 종부세를 개정해야 한다는 정부·야당의 요청을 반대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세제개편안 관련 두번째 전략(플랜B)이 없느냐 질문에도 “현재로선(없다.) 고심 끝에 제안한 세제개편안이기 때문에 정부의 입장을 적극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예정”이라며 “12월 2일이 예산안 통과 법정시한이다. 예산안 및 세제개편안이 법정기한 내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저희도 노력하고 국회도 적극 협조해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행사가 진행된 글로벌지식협력단지는 2013년까지 KDI 본원청사로 사용된 부지와 건물이다. 이날 모인 원로들은 한국경제개발의 상징성 있는 지식개발협력단 및 전시관으로 공간을 유지 활용한 것을 높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