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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블랙리스트' 김은경, 징역 2년 6개월…법정 구속

이성웅 기자I 2021.02.09 15:53:35

文 정부 전·현직 장관 중 첫 실형 선고
朴 정부 인사 사퇴 종용하고, 내정자 임명하려 인사 부당 개입
"임추위 위원과 130여명 지원자들까지 피해 입어"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직을 종용한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공공기관 임원 임명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으며 그 과정에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문재인 정부의 전·현직 장관이 유죄를 선고 받고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관한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김선희·임정엽·권성수 부장판사)는 9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김 전 장관과 공모 혐의로 기소된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은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환경부와 청와대가 정한 내정자들이 산하 공공기관 임원에 선임되게 할 목적으로 환경부 실·국장과 공무원들에게 최종 후보자에 포함되도록 하는 위법한 지시를 했다”며 “죄질이 매우 나쁘고 내정자들에 대한 불법적 지원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심사에 참여한 임추위 위원들과 130여 명의 지원자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줬으며 국민들에게 공공기관 임원 채용 과정에 대해 깊은 불신을 야기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신 전 비서관과 공모해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 산하 임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종용한 점을 유죄로 봤다. 또 후임 인선 과정에서 내정자를 임명하기 위해 공공기관 임원인사 추천위원회(임추위)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환경부 공무원들에게 지시해 신분과 임기가 보장되는 산하 기관 임원들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사표 제출을 요구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며 전 정부의 산하 기관 임원 12명에 대한 사표 제출 종용을 유죄로 판단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현민 전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를 위협해 사표 제출을 강요한 사실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은 환경부 감사관실 직원과 공모해 김현민을 표적감사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감사를 통해 신분상 해악을 가할 것처럼 협박했고, 김 전 감사로 하여금 사표를 제출하게 한 것은 강요죄에 해당한다”고 봣다.

후임 인선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점도 유죄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이 산하 공공기관 임원 임명과 관련해 공무원들을 매개로 협의하고 보고 및 승인 등을 통해 공모했음도 인정된다”며 “피고인들의 지위와 내정자들에 대한 지원 지시는 임추위의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 환경부 실·국장들의 자유 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위력에 해당하고 지원 지시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밖에 임원 선발 과정에서 내정자가 탈락하자 이를 문제 삼아 임추위에 참여한 환경부 공무원을 좌천성 전보한 혐의 등도 등도 유죄가 됐다. 다만 환경부 공무원들에게 내정자들에 대한 사전지원을 지시한 직권남용 혐의 등 일부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지속적으로 혐의를 부인하고 일부 증인들이 위증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1월 결심공판에서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에 대해 각각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결심공판에서 김 전 장관은 “정부가 새 정책을 시행할 사람을 발굴하고 일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을 막는다면 민주주의에 반하는 일이다”며 채용 개입이 정당하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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