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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일부 유럽 기업과 정부는 미국과 사업 관계를 끊고 유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무역 갈등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둘러싼 ‘유럽 패싱’ 논란 등으로 미국과 유럽 간 동맹 관계에 균열이 생기자 사업 리스크를 회피할 목적으로 갈아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이탈리아 항공·방위 기업인 레오나르도 S.p.A는 최근 회사의 금융 자문사를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 독일 도이체방크로 바꿨다.
익명의 소식통들은 “고객과 관련된 잠재적 갈등을 둘러싼 비즈니스 관련 문제가 자문사를 전환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한 이후 미국과 EU의 동맹 관계가 약화될 조짐을 보이자 유럽 기업들이 월스트리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또 도이체방크가 레오나르도와 에어버스 SE, 프랑스 항공우주 기업 탈레스와 우주 및 위성 사업에 대한 협력을 논의하는 데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이끄는 우주항공기업 스페이스X와 경쟁할 수 있게 뒷받침 한다는 얘기다.
디네시 나이어 블룸버그 특파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초한 균열은 장기적으로 유럽 지도자들이 자국의 방위 산업과 경제를 지키기 위해 단결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데 필요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럽에 희소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미국은 이날 12시를 기해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를 시작했다. EU는 미국의 관세 발효 1시간 뒤 한층 더 강력한 보복 카드를 내놨다. EU 집행위원회는 내달부터 2단계에 걸쳐 총 260억 유로(약 41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달 1일 시행에 들어가는 보복 관세 1단계 조처는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당시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맞서 도입했다가 2021년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 취임 이후 중단한 ‘재균형 조처’를 되살린다. 이에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버번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등 미국의 상징적 제품 총 80억유로(약 12조원) 상당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추가 관세율은 품목별로 10∼50%에 달한다.
내달 13일부터 적용하는 2단계 보복 조치는 총 180억유로(약 28조원) 상당의 ‘미 공화당의 주력 수출상품’이 표적이다. 관세 인상 가능성이 있는 품목으로는 대두를 비롯해 소고기, 가금류 제품 등이 꼽힌다. 구체적인 적용 품목은 EU 회원국의 협의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