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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갈등이 더 깊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러시아 극동 유즈노사할린스크의 한 호텔 객실에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으로 보이는 복면 남성이 들이닥쳤다. 남성은 투숙 중이던 홋카이도신문 기자에게 간첩 혐의를 알리며 “일본 정보기관을 위해 일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같은 날 이 영상을 공개했지만, 일본 정부에 구금 사실을 알린 건 이틀 뒤인 15일이었다. 대러 외교를 맡은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내보내다니 용납할 수 없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지난 8월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가운데 에토로후섬(러시아명 이투루프섬)을 방문했다. 일본도 이달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 출범 후 첫 대러 추가 제재에 나섰다.
10년 전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2016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는 5월과 9월 두 차례 러시아를 찾았고, 같은 해 12월엔 푸틴 대통령이 아베 전 총리의 지역구인 야마구치현 나가토시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했다. 1956년 일·소 공동선언 이후 최고조였다.
2018년엔 공동선언을 바탕으로 평화조약 협상을 서두르기로 합의하는 등 영토 협상도 진전되는 듯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2020년 개헌으로 영토 할양과 관련 협상을 금지했다.
아베 전 총리는 회고록에서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힘쓴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일본의) 안보상 위협이 솔직히 어디냐 하면, 압도적인 군비 확장을 하고 있는 중국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러시아와 가까워지는 이 전략은 ‘역키신저’로 불린다. 냉전 시절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소련에 맞서려고 중국과 손잡은 것을 뒤집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진단이다. 효도 신지 일본 방위연구소 연구간사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러 연대가 깊어졌다. 러시아의 일본에 대한 강경 자세는 중국에 기대는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3일 러시아 극동 지역 방송은 중국 헤이룽장성 민관 대표단의 에토로후섬 방문 소식을 전하며 “중국 사업가들이 성게와 해삼 양식에 관심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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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카드를 잃은 일본은 이제 중국·북한·러시아의 위협을 동시에 마주하게 됐다. 중국은 핵을 포함한 군비 확장을 이어가며 대만 침공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고,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세 나라는 군사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동맹국인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아래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동아시아 관여를 장담할 수 없고, 오히려 중·북·러에 다가서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닛케이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일본이 대러 외교를 움직일 방법의 실마리가 공동선언에 있다고 봤다. 공동선언엔 평화조약을 맺은 뒤 하보마이 군도와 시코탄섬을 일본에 넘긴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히로세 요코 게이오대 교수는 “영토 문제와 평화조약 체결을 일·러 관계의 중심에 계속 둬 온 것이 외교의 유연성을 제약해 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닛케이는 공동선언에 얽매여 일·러 관계만 따로 떼어 봐서는 현실적인 외교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