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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문은 동티모르가 지난 2002년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한 뒤 처음이다. 앞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1989년 수도 딜리에서 미사를 집전한 바 있다. 당시 동티모르는 인도네시아가 점령하는 가운데 독립 투쟁 과정에서 일부 가톨릭 교회에서 대량 학살이 일어났다. 이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인도네시아 점령으로 고통받는 가톨릭 신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미사를 집전했다.
35년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이번 미사에서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를 했다.
미사에 참석한 마리아 아마랄(49)은 “그날 들었던 총소리와 비명소리, 마음의 상처를 잊지 못한다. 오늘을 맞이하게 돼 감격스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앞서 지난 1999년 동티모르 남서부 수아이에서는 인도네시아와 합병에 찬성하는 민명대가 성당에 난입해 사제를 학살하고, 여성들을 폭행했다. 아마랄씨는 학살 사건 당시 생존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9일 라모스홀타 동티모르 대통령을 만나 평화의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동티모르와 인도네시아가 우호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세계의 다른 분쟁에서도 증오를 화해로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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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은 가톨릭 성직자와 관련된 특정 아동 성학대 사건을 언급하거나 교황청 책임을 인정하지는 않았다고 AFP 등은 보도했다. 교황의 이번 발언은 동티모르에서 최근 가톨릭 성직자와 관련된 아동 성학대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된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동티모르에서 일어난 아동 성학대 사건에는 카를로스 벨로 주교와 관련된 사건이 꼽힌다.
벨로 주교는 1990년대 딜리에서 아동 성학대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았으며 교황청은 그에 대한 징계처분을 비밀리에 내렸다고 2022년 인정한 바 있다.
현재 다른 지역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벨로 주교는 1996년 동티모르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끈 공로로 호세 라모스-오르타 현 동티모르 대통령과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AP통신은 교황이 벨로 주교의 아동 성학대 스캔들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동티모르는 전체 인구 130만여명의 약 96%가 가톨릭 신자다. 약 1만5천㎢ 면적으로 강원도보다 작은 동티모르는 복잡한 역사를 지닌 신생국이다. 450여년 동안 식민 지배를 한 포르투갈에서 1975년 독립을 선언했지만 이내 인도네시아에 점령당했다. 24년의 점령 기간동안 최대 20만명의 동티모르인이 학살되거나 실종됐다. 이후 유엔이 감독하는 국민투표를 거쳐 2002년 공식적으로 독립했다.
동티모르는 독립 이후 인프라와 경제를 재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4년 세계은행은 동티모르 국민의 42%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으며, 어린이의 약 47%가 영양실조로 발육부진을 겪고 있다고 추정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일까지 동티모르에 머문뒤 싱가포르를 거쳐 오는 13일 로마로 돌아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