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 정부가 내세울 수 있는 협상 카드로는 조선업과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통해 실제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알래스카 LNG 건도 중요한 부분이고, 이미 한미 양국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조선도 미측이 가장 관심을 갖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미국과의 상호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가운데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과 조선업 협력을 지렛대 삼아 협상을 이끌어 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자국 조선업 재건과 함께 해군력 증강을 목표로 한국 조선업에 관심을 보이며 러브콜을 보내왔다. 미국은 과거 400여개에 달했던 조선소가 21개로 줄어드는 등 산업 기반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단기적으로 조선 시장에서 경쟁력이 우수한 동맹국과의 공조를 통해 부족한 조선 인프라 및 해군력을 보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1098만CGT(17%)를 수주하며 중국에 이어 세계 시장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현재 미국은 조선업 재건을 위한 다양한 법안이 발의되거나 준비 중이며, 이들 법안에는 대부분 동맹국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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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 LNG 구매 및 사업 참여 또한 현재 미국의 무역적자를 보완할 수 있는 협상 카드로 적극 활용해 볼만하다는 평가다. 지난달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 주지사는 한국을 방문해 이와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약 1300㎞ 길이의 가스관을 통해 남부 해안으로 운송하고 이를 액화한 뒤 수출하는 사업으로, 총투자비만 약 440억달러(약 64조원)에 달한다.
한국은 세계 3위 LNG 수입국이자, 최근 카타르·오만 등과의 장기계약이 종료돼 수입처를 재조정하고 있다. 또한 이 프로젝트는 국내 E&P(탐사·생산), 철강, 건설, 조선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알래스카 LNG 사업은 아직 본격적인 착공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황으로 불확실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2010년대 초반부터 엑손모빌, BP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참여했지만 수익성 등을 이유로 철수한 전례도 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미국 조선업 입장에서는 한국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고, 알래스카 LNG는 한국, 대만, 일본이 주요 수입국으로 언급되고 있다”면서 “미국 무역적자 감축과 맞물려 한미 양국간 조선 및 에너지 사업 협력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