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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측은 그간 “궐련형 전자담배는 기존 일반 담배 대비 유해 물질을 90% 이상 줄였다”며 ‘덜 해로운 담배’란 측면을 부각시켜 왔지만, 식약처는 이날 “궐련형 전자담배도 암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못박았다.
니코틴·타르 등 11개 유해 성분을 분석한 결과 국제암연구소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성분이 5개나 검출된 데다, 니코틴 함유량은 일반 담배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타르의 경우 일반 담배보다 더 많이 검출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업계, “타르 함유량 기준 유해성 평가는 잘못”
‘아이코스’ 제조사 한국필립모리스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궐련형 전자담배의 타르 함유량을 측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일반 담배와의 유해성을 비교한 식약처의 평가는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와 일반 담배의 연기는 구성 성분이 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배출 총량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뜻이다.
필립모리스는 “타르는 불을 붙여 사용하는 일반 담배에 적용되는 것으로 연소가 발생하지 않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적용될 수 없다”며 “타르는 담배 연기에서 물과 니코틴을 뺀 나머지를 지칭하는 것으로 특정한 유해 물질이나 성분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마치 디젤자동차의 배기가스와 수소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배기가스에 들어있는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오염 물질의 양을 비교하지 않고, 단순히 배기가스 총량을 비교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필립모리스 측은 그간 17건의 비임상연구와 8건의 임상연구를 진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일반 담배 대비 유해물질이 평균 90% 이상 줄었다고 강조했다. 올 상반기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장기 임상 연구 결과를 제출하고, 이후 검증된 국제 학술지에 결과를 게재할 예정이다.
◇보건당국, 국제 통용 기준 아닌 자체 기준 불과
식약처는 그러나 필립모리스 측의 연구결과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제적으로 통용된 연구 결과가 아닌, 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진행된 연구 결과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 관계자는 “필립모리스 측 연구는 시행법이나 시험 기계를 자체적으로 개발한 방법으로 진행한 것”이라며 “국제적으로 공인된 방법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 성분 분석시 일본이나 중국, 독일 등에서 통용되는 ISO법(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이나 HC(Health Canada)법을 활용했다.
ISO법은 담배 필터의 천공 부위를 개방해 분석하는 방법으로, 일반 담배의 니코틴·타르 함유량 표시에 적용하는 분석법이다. HC법은 실제 흡연자의 흡연 습관을 고려해 천공 부위를 막고 분석하는 방법이다. ISO법 보다 더 많은 담배 배출물이 체내에 들어간다고 가정하고 진행한다.
김장렬 식약처 소비자위해예방정책국장은 “태우는 방식(650~850도)의 일반 담배와 가열 방식(250~350도)의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생성되는 타르의 구성 성분은 다를 수 있어 검출된 양만으로 유해성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타르가 높게 검출된 것을 고려할 때 유해 성분이 더 포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타르를 제외한 유해 성분이 일반 담배 대비 적게 검출된 것 역시 ‘덜 해로운’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임민경 국립암센터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검출된 벤젠, 포름알데히드, 담배특이니트로사민류 등은 발암물질로 인체 유해성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며 “유해 성분 함유량이 적다고 더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연구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게 보건당국의 판단이지만, 유해성 논란이 사그라들지는 불투명하다. 연기가 아닌 증기를 뿜는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어떤 물질이 새로 생성되는지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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