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롱-티보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김세현(19)이 첫 음반을 내놓고 리사이틀 무대에 오른다. 17세의 나이로 콩쿠르 1위와 함께 청중상, 평론가상, 파리 특별상까지 휩쓸며 국제 음악계의 주목을 받은 지 1년여 만이다.
김세현은 24일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 클래식 클럽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누구나 피아노나 음악을 공부하면서 음반을 내는 것을 꿈꾸는 것 같다”며 “그게 지금 제 나이에 실현될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한 시기의 기록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한 일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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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중심 레퍼토리는 김세현이 지난해 롱-티보 콩쿠르 준결선에서 연주했던 쇼팽의 ‘12개의 연습곡 Op.25’다. 김세현은 “어느 시기부터는 무언가를 채우기보다 비우는 시기가 온다고 생각하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때인 것 같다”며 “콩쿠르 때만큼 에튀드(연습곡)를 빠르게 연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이 좀 더 숨 쉴 수 있도록 템포에 자유를 주고, 연주에도 여유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문학을 공부 중인 그는 쇼팽 에튀드를 연습하며 곡마다 떠오르는 이미지와 정서를 하이쿠(일본의 짧은 정형시)로 적기도 했다. 김세현은 “지금은 그 틀에서 벗어나 그날의 상황과 영감에 따라 더 자유롭게 연주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세현은 쇼팽과 함께 프랑스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의 작품을 음반에 담았다. 롱-티보 콩쿠르를 준비하며 포레의 음악을 본격적으로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쇼팽만큼 공부해보지는 않았지만 롱-티보 콩쿠르를 통해 포레의 곡을 접한 뒤 그 매력에 빠졌다”며 “포레가 쇼팽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두 작곡가의 곡을 한 앨범에 담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앨범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파리’다. 쇼팽과 포레 모두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했고, 김세현에게도 파리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 도시다. 클리블랜드 국제 청소년 피아노 콩쿠르 우승 후 처음 유럽 연주에 나선 곳이 파리였고, 이후 롱-티보 콩쿠르 우승으로 다시 한번 깊은 인연을 맺었다.
첫 파리 방문 당시 우연히 마주한 센강의 풍경은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김세현은 “해가 진 뒤 센강을 건너면서 본 야경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며 “물에 비친 도시의 모습이 다음 날 연주를 할 때도 영감이 됐다”고 회상했다.
김세현은 현재 미국 하버드대 학사 과정과 뉴잉글랜드 음악원 석사 과정을 동시에 밟고 있다. 음악과 함께 영문학을 공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음악과 문학 모두 기본적으로 스토리텔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지금 접하는 문학이 당장 연주에 드러나지는 않겠지만 10년, 20년 뒤 더 소화되고 흡수됐을 때 천천히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롱-티보 콩쿠르 우승 이후 활동 무대도 빠르게 넓어졌다. 유럽 전승 기념일 80주년 평화음악회에 초청돼 파리 개선문 앞에서 쇼팽을 연주했고, 프랑스 혁명 기념일 기념음악회에서는 에펠탑 앞 무대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정명훈, 장한나 등과 호흡을 맞췄으며 KBS교향악단, 원 코리아 오케스트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다. 2026~2027시즌에는 정명훈의 지휘로 도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데뷔 음반은 9월 4일 전 세계 동시 발매되며 국내 실물 음반은 24일 먼저 출시됐다. 오는 9월 6일에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리사이틀을 열고,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8번과 쇼팽 ‘뱃노래 Op.60’, ‘12개의 연습곡 Op.25’ 전곡 등을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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