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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애플의 머신러닝 및 AI 부문 수석 이사인 베누아 뒤팽은 이날 아마존웹서비스(AWS) 주최 연례 콘퍼런스인 ‘AWS 리인벤트’에 깜짝 등장해 애플의 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사전 학습하는 데 아마존의 트레이니엄2를 쓸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뒤팽 이사는 “애플은 10년 이상 시리, 애플 맵, 애플 뮤직 등의 서비스에 AWS를 사용해 왔다. 우리는 강력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아마존의) 인프라는 신뢰할 수 있고 전 세계의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애플은 또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아마존의 인퍼런시아와 그레비톤 칩을 사용해 왔으며, 아마존의 칩은 40%의 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졌다”며 “트레이니엄2를 평가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사전학습을 통해 효율성이 최대 50%까지 향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애플과 아마존이 협업 사실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CNBC는 “애플이 아마존의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아마존의 칩을 쓰겠다고 한 것은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 및 구글 클라우드와 경쟁하는 AWS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새로운 AI를 개발하는 데에도 트레이니엄2를 사용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 맷 가먼 AWS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트레이니엄 칩을 초기에 선택한 업체이자 베타 테스터였다”고 설명했다.
애플과 아마존의 협업은 대부분의 AI 교육이 고가의 엔비디아 칩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와 스타트업 등은 AI 학습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보다 효율적인 처리가 가능한 다양한 대안을 개발·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이 80%에 달해 울며 겨자먹기로 고가 칩을 사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의 ‘맞춤형 칩’ 접근 방식은 다른 기업들에 엔비디아 칩이 아니더라도 효과가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실제 뒤팽 이사는 “AWS의 전문적인 서비스는 규모의 성장을 지원하고 사용자들에게 놀라울 정도로 낮은 비용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아마존 역시 이날 행사에서 트레이니엄2 칩은 일반 대여가 가능하다면서, 내년엔 트레이니엄3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가먼 CEO는 이 자리에서 트레이니엄2 칩이 탑재된 새로운 데이터센터 서버를 선보이며 “엔비디아와 경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새로운 제품은 최첨단 생성형 AI 훈련과 추론을 위해 특별히 설계됐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편 애플이 엔비디아 칩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애플은 지난 7월 말 공개한 논문에서 애플 인텔리전스의 기반이 되는 AI 모델 학습에 구글이 자체 개발한 텐서 프로세서 유닛(TPU·Tensor Processing Unit)을 사용했다고 에둘러 공개한 바 있다. TPU는 구글이 AI 구동을 위한 머신러닝 및 추론을 위해 특화한 자체 설계 커스텀 칩이다.
지금 당장은 엔비디아의 칩을 쓰고 있는 메타플랫폼, MS, 구글 등도 자체 개발한 커스텀 AI 칩 업그레이드에 힘을 쏟고 있다. 앞으로 엔비디아와 이에 대항하는 초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 간 AI 칩 경쟁은 더욱 달아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