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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김 전 기획관에 대해 불구속 재판 가능성을 내비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영훈) 심리로 19일 열린 뇌물수수·국고손실 혐의 2회 공판에서 김 전 기획관 변호인은 “국정원 돈이 뇌물이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다면서 “단순히 돈을 집행하는 피고인으로서는 이 전 대통령의 ‘돈을 받아쓰라’는 지시에 대해서 사회 통념상 거부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 전 기획관이 국정원과 이 전 대통령 사이에서 단순 자금 전달자 역할에 그친 만큼 뇌물죄 공범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다만 김 전 기획관 측은 이 전 대통령 지시를 받아 국정원에서 자금을 받아와 국고를 손실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사실관계는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면서 “(검찰이)방조범으로 기소를 했는데 구속 상태에서 재판하는 게 적절한지 재판부의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 설명은 김 전 기획관이 고의가 없었다며 뇌물 혐의를 부인할 뿐 국정원 자금 수수 자체를 인정하는 만큼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염려가 없어 구속 상태로 재판할 이유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전 기획관 변호인은 보석 신청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국정원 자금 수령 자체를 뇌물죄로 볼 수 있는지 검찰에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특활비 사건 관련해서 뇌물죄로 구성해서 기소한 선례가 없다”면서 “공공기관에서 상납이라든지, 지휘·감독 관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어떤 예산의 부적절한 사용은 보통 업무상 횡령으로 문제가 된다”면서 구체적으로 검찰에 혐의 적용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했다.
검찰은 김 전 기획관의 범죄 관련성을 입증하겠다며 뇌물공여 혐의를 받은 원세훈(67·구속 기소) 전 국정원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김 전 기획관은 지난 2008년 4~5월과 2010년 7~8월 두 차례에 걸쳐 ‘국정원으로부터 돈이 올 테니 받아놓으라’라는 이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국정원 예산관을 통해 김성호 당시 국정원장과 원 당시 원장에게 각각 2억원씩 총 4억원을 수수한 혐의(국고손실·뇌물수수)를 받는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이 전 대통령과 김 전 기획관을 각각 뇌물수수죄의 주범과 방조범으로 규정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8일 3회 공판기일을 열고 원 전 원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