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총기 제조법 인터넷서 손쉽게 입수
서울 강북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7시 40분쯤 서울 강북구 번동 오패산터널 인근에서 폭행신고를 받고 출동한 김창호(54) 경위가 성병대(46)씨가 쏜 사제 총에 맞아 숨졌다. 경찰은 성씨를 검거하며 그가 갖고 있던 사제 총기 16정과 사제 폭발물을 수거했다.
이 사제 총은 나무토막 주위에 테이프로 철제 파이프들을 감은 형태로 파이프 뒤쪽에 불을 붙이면 쇠구슬(총알)이 발사된다. 매우 조잡하지만 탄알을 맞은 경찰이 관통상을 입을 정도의 위력을 보였다. 경찰은 그가 인터넷을 통해 제조법을 확보해 이 총을 만든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사제총기 사고는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앞서 지난달 17일에는 경기도 양주시에서 고물상을 운영하는 50대 남성이 사제 총으로 스스로 머리를 쏴 중상을 입었다. 그는 길이 22.5㎝, 손잡이 10㎝, 구경 6㎜ 크기의 철 재질로 총을 만들었다.
지난 2013년 11월에는 부산에서 전직 방위산업체 직원인 김모씨가 총기(에어건)를 만들어 사용하다 적발됐다. 그는 총알로 사용할 쇠구슬 1만여개를 구입해 철판을 표적삼아 7000발을 시험 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방위산업체에서 2년 넘게 재직해 무기분야 지식이 있었으며 인터넷 등을 통해 사제총 제작법을 익힌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총기 매니아들은 자체 커뮤니티를 통해 회원제 방식으로 매우 비밀스럽게 사제총기 제조법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장 인터넷에선 해외에서 만든 사제총 제작법을 거의 아무런 제한없이 찾을 수 있다.
실제로 포털사이트 구글과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등에 ‘gun tutorial’(총기제작 강의)·‘DIY gun’(총 직접 만들기) 등의 검색어를 치면 수백만개의 자료와 영상 게시물이 쏟아진다. 약 13분 분량의 한 유투브 동영상은 나무를 이용해 총을 만드는 방법을 단계별로 세세하게 보여준다. 영어를 잘 이해하지 못해도 영상을 보면 따라서 만들 수 있을 정도다.
◇ 총기제조법 올리면 최고 징역 2년
경찰도 문제점을 파악해 올해 1월부터 총기나 폭탄의 제조법과 설계도 등을 인터넷에 올리면 최고 징역 2년의 처벌을 가하는 내용의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법’을 시행하고 있다. 경찰은 기존에는 사제총기 제작법 등이 올라온 인터넷 사이트만 폐쇄했지만 이제는 이를 올린 사람까지 형사처벌한다.
그러나 일선 경찰들은 단속과 처벌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경찰 관계자는 “총기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인 일반 커뮤니티의 경우 총기제조법 등에 대해 단속을 하면 직접적인 범죄 혐의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잉수사라는 비난을 받기 십상”이라며 “유투브 등의 총기제작 동영상은 서버가 대부분 외국에 있어서 단속의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매년 불법무기류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 이 기간 신고자에 대해 원칙적으로 형사책임을 면제해 준다. 그러나 개인이 만드는 사제총기는 해외에서 밀수입된 무기와 달리 경찰의 추적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조 및 소지자가 스스로 신고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인터넷 포털을 대상으로 총기관련 검색어 규제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며 “사제총기 제작을 위해 해외에서 부품을 들여오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해외거래 규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경찰도 훈련 등을 강화해 이런 비상상황의 대처역량을 기르고 총기 관련 인터넷 모니터링과 우범자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