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 소프 업사이드 대표가 토큰증권 시장을 바라보는 핵심 질문이다. 블록체인 위에 자산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유동성이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토큰증권 시장의 중요한 다음 단계는 단순한 '토큰화'가 아니라 '자산과 투자자 정보, 거래 기록이 시장과 체인, 국가의 경계를 넘어 이동하고 연결되는 금융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라는 의미다.
"토큰화된 자산, 공개시장과 '가격 괴리'"
노아 소프 업사이드 대표는 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진행된 '이데일리 글로벌 STO(Security Token Offering) 써밋 2026'에서 '디지털자산을 통한 글로벌 시장 혁신' 관련 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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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엔비디아 주식과 같은 단순한 토큰화 과정에서도 토큰화된 자산의 가격이 공개시장 가격과 최대 20%까지 차이가 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현재 온체인에서 상당 부분 완화되고 있지만 이같은 문제가 비상장시장에서는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소프 대표가 주목하는 첫 번째 문제는 '자산의 이동성'이다. 발행인과 투자자 모두 자산을 유동적인 시장에서 거래하기 원하지만, 수직 통합형 플랫폼에서는 토큰이 해당 플랫폼 내부에 묶이는 경우가 발생한다. 자산이 여러 거래소와 플랫폼을 오갈 수 있어야 시장 참여자가 늘고 거래 깊이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소프 대표는 “발행인은 자신의 자산이 여러 플랫폼에서 이용되기를 원한다”며 “이는 자산이 이동 가능할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깊이를 확보하기 위한 '마켓메이킹'(시장 형성)도 과제로 꼽았다. 특히 증권형 토큰의 경우 기존 가상자산 시장에서 널리 활용되는 자동화 마켓메이커(AMM)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유니스왑 등에서 활용되는 AMM은 규제 측면에서 증권에 적합하지 않은 부분이 있고, 온체인 증권에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규제 준수형 마켓메이커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발행인과 투자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온체인 환경에 맞는 새로운 유동성 공급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동성이 부족하면 투자자에게 ‘유동성 할인’이 발생할 수 있다. 원하는 시점에 적정 가격으로 자산을 매각하기 어려워지면 투자자는 할인된 가격을 받아들여야 하고, 이는 다시 시장 가격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프 대표는 토큰증권 시장의 파편화를 만드는 원인으로 △토큰 표준 △투자자 기록 △체인별 자산 분할 △국가별 규제 △마켓메이킹 등을 꼽았다.
'토큰 표준의 파편화'는 이미 시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초기 토큰증권 시장에서는 이더리움 가상머신(EVM)을 중심으로 ERC-1400, ERC-1404, ERC-3643 등 다양한 표준이 개발됐다. 이후 다른 블록체인에서도 유사한 표준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구현되면서 체인 간 호환성에 한계가 생겼다.
소프 대표는 스마트컨트랙트가 사실상 ‘법적 자동화’ 역할을 하는 만큼 규제와 법률 체계가 온체인 기능과 긴밀하게 연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기록의 파편화' 역시 문제다. 투자자가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할 때마다 자금세탁방지(AML), 고객확인제도(KYC), 적격투자자 여부 등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투자자 기록을 일종의 ‘여권’처럼 투자자와 함께 이동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각 거래소가 투자자의 AML·KYC 및 적격성 여부를 최종적으로 확인할 책임은 있지만, 이미 확인된 투자자 기록을 다른 시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면 시장 참여 과정의 마찰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특유의 '자산 분할' 문제도 있다. 하나의 자산이 여러 체인으로 나뉘어 유통되면 전체 공급량과 시장 깊이가 각 체인에 분산될 수 있다. 특정 체인에 스테이블코인이나 해당 자산의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다면 거래량 감소와 가격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체인 간 브리징 등 다양한 방법이 활용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자산이 어느 체인에서 거래되든 하나의 시장처럼 작동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게 소프 대표의 설명이다.
'국가별 규제의 차이'도 시장 확장을 가로막는 요소다. 발행된 토큰증권이 서로 다른 관할권에서도 활용되려면 각국 규제 체계가 일정 수준에서 호환돼야 한다. 소프 대표는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국가 간 규제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문제는 비상장시장으로 갈수록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소프 대표는 비상장시장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문제로 ‘팬텀 리퀴디티(가상 유동성)’를 꼽았다.
팬텀 리퀴디티는 비상장 자산을 매각하려는 투자자가 여러 시장에 동시에 매수·매도 의향을 내놓으면서 실제 시장의 관심보다 거래 수요가 부풀려지는 현상을 말한다.
문제는 비상장 자산의 거래 종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다는 점이다. 소프 대표에 따르면 비상장 시장에서는 거래 개시부터 최종 결제까지 6~12주 가량 소요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여러 시장에 제출된 매수·매도 의향이 동시에 존재하면서 가상의 유동성이 계속 쌓인다. 결국 실제로 해당 자산을 사려는 투자자가 얼마나 되는지, 적정 가격이 얼마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소프 대표는 토큰증권화가 이 같은 비상장 시장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봤다. 온체인에서 자산의 소유자를 확인할 수 있고 거래와 결제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 종결 시간이 단축되면 팬텀 리퀴디티 역시 줄어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규제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소프 대표는 미국 규제당국의 최근 움직임을 온체인 거래와 기록, 결제 인프라가 제도권으로 들어가는 과정으로 평가했다.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시한 토큰 모델을 통해 토큰증권을 바라보는 규제당국의 시각이 보다 구체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금융산업규제당국(FINRA)이 온체인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토큰증권 결제를 승인한 점도 중요한 변화로 꼽았다.
온체인 소유권 기록 역시 중요한 변화다. 블록체인이 단순히 거래를 기록하는 수단을 넘어 공식적인 소유권 기록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 토큰증권 시장의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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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체인·관할 넘는 '상호운용성' 핵심"
소프 대표는 토큰증권의 구조를 크게 세 가지 형태로 설명했다.
첫 번째는 발행인의 자본금 변동표를 온체인 토큰이 직접 나타내는 방식이다. 토큰 자체가 증권이 되거나, 온체인에서 발생한 거래를 바탕으로 명의개서 대리인이 오프체인 장부를 관리하는 구조가 여기에 포함된다.
두 번째는 수탁 모델이다. 미국에서는 공모·비상장 증권에 적용되는 규제 차이와 보유자 수 제한 등의 이유로 수탁기관이 통합계좌를 활용해 기초자산에 대한 청구권을 가진 토큰을 발행하는 방식이 활용될 수 있다.
세 번째는 합성자산 모델이다. 실제 주식을 직접 보유하는 대신 기초자산 가격에 연동되는 별도의 상품을 통해 주식 가격 변동을 추종하는 방식이다.
소프 대표는 "이 같은 구조가 규제 측면에서 활용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실제 기초자산의 직접적 온체인 소유권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큰증권 시장의 궁극적 가치는 단순히 기존 자산을 디지털화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블록체인의 가장 큰 강점은 서로 다른 자산과 스마트컨트랙트를 연결할 수 있는 ‘온체인 결합성’에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분 토큰을 담보로 대출을 실행하거나, 여러 대출자와 차입자가 참여하는 풀을 통해 자금 흐름을 자동화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여러 법인과 자산이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동시에 동기화되고 결제되는 구조다.
소프 대표는 “즉각적인 워터폴 결제와 담보 청산, 결정론적인 상태 구현, 새로운 금융상품과 기능을 결합하는 허가 없는 혁신이 가능하다”며 “이것이 블록체인이 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토큰증권 시장의 미래를 ‘연결된 플랫폼과 폐쇄적인 플랫폼’의 차이로 설명했다. 연결된 플랫폼은 '바다'가 되지만 폐쇄적인 플랫폼은 '댐'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이는 자산이 특정 플랫폼에 갇히지 않고 여러 시장과 체인으로 이동할 수 있어야 하고, 투자자 자격 정보도 함께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에 거래가 어느 거래소에서 발생했는지와 관계없이 소유권과 거래 확정 정보가 시장 전체에 동기화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소프 대표는 “핵심은 시장·체인·관할 구역 간 이동성과 휴대성”이라며 “휴대 가능한 전송 제한, 투자자 적격성 확인 체계, 동기화된 최종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토큰증권 시장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자산을 토큰으로 만들었느냐'보다 '토큰화된 자산이 얼마나 자유롭게 이동하고 서로 연결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그는 향후 가장 큰 변화가 공공시장보다 비상장시장에서 나타날 가능성에 주목했다. 거래 종결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가격 정보가 불투명한 비상장자산이 온체인으로 이동하면 거래·결제·소유권 확인 과정이 동시에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소프 대표는 “우리는 펀드레이징 플랫폼, 브로커, 자산운용사, 블록체인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이러한 금융 르네상스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업계가 함께 움직여 마찰과 파편화를 줄여야 더 깊은 수준의 혁신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프 대표는 업사이드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창립자로서, 비공개 시장과 크라우드 펀딩 분야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블록체인 기술 전문성과 결합하고 있다.
그는 나스닥 프라이빗 마켓, 리퍼블릭 크립토, 셰어스포스트에서 리더십 경험을 쌓았으며, 2만시간 이상의 소프트웨어 개발 경력과 핀라(FINRA) 시리즈 7 ‘증권 대표’ 자격을 갖췄다.
소프 대표는 지난 2015년부터 다오(DAO), 분산형 평판 시스템, 본딩 커브, 증권형 토큰, 예술 토큰화 등 다양한 혁신 프로젝트를 선도해 왔다. 다오는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탈중앙화 자율 조직’을 의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