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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신세계면세점 법률대리인 측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공사가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기 때문에 합의 조정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며 “법원이 강제 조정안을 내리더라도 공사는 이의 제기를 할 가능성이 높아 소송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소송이 대법원까지 가면 3년에서 5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라며 “그 기간 면세점이 매달 수십억원대 적자를 감수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정에서 면세점 업계의 핵심 요구 사항은 임대료 인하다. 삼일회계법인의 감정서에 따르면 현재 인천공항 제1·제2터미널 면세구역 임대료를 재입찰할 경우 40%가량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인천공항공사는 “임대료 인하는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면세점 업계는 복잡한 셈법에 직면했다. 코로나19 이후 매출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연간 수백억원대 적자를 기록 중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의 7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출에 고환율과 임대료 부담까지 겹쳐 영업 적자가 심각하다”며 “이번 조정은 산업 현실을 반영해 임대료 산정 기준을 합리화하자는 취지였지만, 공사가 협상에 응하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신라·신세계 법률대리인도 “공사가 끝까지 강경하게 나오면 소송을 유지할지, 아니면 위약금을 내고 완전 철수를 선택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공사에 따르면 계약 해지 시 신라·신세계가 부담해야 하는 위약금은 각각 약 1900억원에 달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신라와 신세계가 아직 공식적으로 철수 의사를 밝힌 것은 아니다”며 “합의안을 수용하기는 어렵지만, 상황에 따라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조정 결렬로 재입찰 가능성도 급격히 커졌다. 인천공항공사가 기존 임대 구조를 고수할 경우 기존 사업자가 계약을 해지하고 물러날 수밖에 없어서다.
문제는 중국 국영 면세기업 CDFG(차이나듀티프리그룹)가 신규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국내 면세시장 구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임대료를 낮추지 않으면 기존 사업자의 철수는 시간문제”라며 “CDFG가 참여하면 인천공항 면세점 판도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임대료 협상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팬데믹 이후 면세점 매출 구조가 단체 관광객 중심에서 개인 소비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면세점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사와 면세점 간 힘겨루기가 길어질 경우 산업 자체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단순한 계약 문제가 아니라 한국 면세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두고 새로운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